'14. 11. 12.

Posted by 히키신
2017. 4. 11. 16:33 순간의 감상[感想]

과거의 논리에 얽매이지 말라.

A = a이기도 하면서 a가 아닐 수도 있다.

상반되는(모순되는) 두 항을 함께 엮어보려고 하라.

 

//

언제, 어떤 계기로 작성한 것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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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 밤의 노래

Posted by 히키신
2017. 4. 11. 16:29 Poetry#1
밤이다. 이제 솟아오르는 샘들은 더욱 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나의 영혼 또한 솟아오르는 샘이다.
밤이다. 이제야 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모든 노래가 잠에서 깨어난다. 나의 영혼 또한 사랑하는 자의 노래다.
내 안에는 진정되지 않은 것, 진정시킬 수도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이 이제 소리 높여 말하고자 한다. 내 안에는 그 스스로 사랑의 말을 속삭이는, 사랑을 향한 갈망이 있다.
나는 빛이다. 아, 내가 밤이라도 된다면! 내가 빛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이것이 나의 고독이다.
아, 내가 어둡고 밤과 같은 것이라면! 그러면 내 얼마나 빛의 젖가슴을 빨려 했겠는가!
저 위에서 반짝이는 작은 별들이여, 그리고 반딧불들이여, 나는 너희들도 축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너희의 빛을 받아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의 빛 속에서 살고 있다. 나는 내게서 솟아 나오는 불꽃을 내 안으로 되마신다.
나는 받는 자들이 누리는 행복을 모른다. 나는 때때로 훔치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다.
나의 손은 베풀기만 할 뿐 쉴 줄 모른다. 이것이 나의 가난이다. 나는 기대에 찬 눈을 보며 밝게 빛나는 동경의 밤을 본다. 이것이 나의 질투다.
오, 베푸는 모든 자의 불행이여! 오, 내 태양의 일식이여! 오, 갈망을 향한 갈망이여! 오, 포만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게걸스러운 허기여!
그들은 나에게서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내가 그들의 영혼에 닿기라도 했을까? 받는 것과 주는 것 사이에는 틈새가 있다. 그리고 가장 작은 틈새가 가장 늦게 다리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나의 아름다움에서 허기가 자라나고 있다. 그리하여 내가 빛을 비춰준 그들에게 고통을 주고, 내가 베푼 자들의 것을 빼앗고 싶다. 나는 이토록 악의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 때, 나는 내 손을 거두어들인다. 쏟아져 내리면서도 머뭇거리는 폭포처럼 나는 망설인다. 나는 이토록 악의에 굶주려 있다.
이 같은 앙갚음을 나의 충만은 생각해낸다. 이 같은 술수가 나의 고독에서 솟아 나온다.
베풂으로써 내가 누리는 행복은 그 속에서 소멸하고 말았으며 나의 덕은 넘치는 풍요로 인해 스스로가 지겨워졌다!
베풀기만 하는 자의 위험은 그가 수치심을 잃어버리는 데 있다. 나누어주기만 하는 자의 손과 심장은 나누어주는 일로 못이 박힌다.
나의 눈은 애걸하는 자들의 수치심으로 인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나의 손은 가득 채워진 손들의 떨림을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굳어 있다.
내 눈의 눈물과 내 마음속의 부드러운 솜털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는가? 오, 베푸는 모든 자들의 외로움이여! 오 불을 밝혀주는 모든 자들의 침묵이여!
많은 태양이 황량한 공간 속에서 돌고 있다. 일체의 어두운 것들에게 그들은 빛으로 말하지만, 내게는 침묵한다.
오, 이것이 빛을 발하는 자에 대한 빛의 적개심이다. 빛은 무자비하게 그의 길을 운행한다.
빛을 발하는 것에 대해 부당한 심사를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 채 그리고 다른 태양들에게는 냉혹하게 저항하면서 저마다의 태양은 그렇게 운행한다.
폭풍처럼 태양들은 그들 자신의 궤도를 날아간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운행이다. 그들은 그들의 가차없는 의지를 따른다. 이것이 그들의 냉혹함이다.
오, 어두운 자들이여, 밤과 같은 자들이여, 너희들이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에서 너희 자신의 따뜻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 너희들이 처음으로 빛의 젖가슴에서 우유와 청량한 음료를 빨아들인다.
아, 얼음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내 손은 이 얼음장같은 것에 화상을 입는다! 아, 내 안에는 갈증이 있고 그 갈증이 너희들의 갈증을 애타게 사모하고 있다.
밤이다, 아, 내가 빛이어야 하다니! 그리고 밤과 같은 것에 대한 갈증이여! 그리고 외로움이여!
밤이다, 이제 나의 열망이 내게서 샘물처럼 솟구쳐 오른다. 말을 하고자 하는 열망이.
밤이다. 이제 솟아오르는 샘들은 더욱 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나의 영혼 또한 솟아오르는 샘이다.
밤이다. 이제야 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노래가 모두 잠에서 깨어난다. 나의 영혼 또한 사랑하는 자의 노래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노래했다.

--- ''Fridrich W. Nietzsche , <밤의 노래>,
<< 짜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책세상, 2000 ''

---http://no-smok.net/nsmk/%EB%B0%A4%EC%9D%98%EB%85%B8%EB%9E%98

 

하인리히 하이네 - 로만체로 Romanzero

Posted by 히키신
2017. 4. 11. 16:24 Poetry#1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로만체로 Romanzero>, 김재혁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3

 

*<로만체로>는 하이네가 척추결핵으로 고통받으며 죽음 앞에서 써내려간 만년의 대작이다. 그의 젊은 시절 사랑을 노래한 <노래의 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1848년 하이네는 척추결핵에 걸려 이른바 '이불 무덤Matratzengruft' 상태에 틀어박히게 된다. 육체적인 고통에 대하여 그의 희망이던 1848/49년 혁명의 실패는 그를 끝없는 좌절감에 젖게 한다. 이제 정치적 진보에 대한 낙관주의는 그의 개인적인 고통 속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주변의 열악한 여건 속에서 씌어진 <로만체로>는 하나의 일관된 테마를 변주하여 보여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병든 시인의 눈에 비친 지리멸렬한 세계의 모습이다. (...) 이 시집은 <역사 이야기> <애가> <히브리의 노래>의 3부로 나뉘어 그 구성에서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보여준다. (...) 역사적인 테마를 다루고 있는 제1부와 제3부가 가장 개인적인 내용을 담은 제2부를 마치 과일의 핵처럼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그가 취급하는 역사는 역사 그 자체로 작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그는 자신의 입장에 하나의 틀을 부여하는 역사적 소재를 통해 시에서 보편성을 구현하고자 한다. ㅡ 김재혁, <옮긴이 해설>에서

 

제 1부. 역사 이야기

아폴로 신

- 그녀는 성호를 긋는다, 다시 한 번

  그녀는 성호를 긋는다, 그 수녀는;

  성호는 달콤한 고통을 쫓아내지 않으며

  씁쓸한 희열도 쫓아버리지 않는다.

 

두 기사

-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조국을 위해 죽는 것만큼이나 달콤하다.

 (호라티우스의 시구에서 가져온 것임.)

 

제 2부. 애가

 

 행복은 경망스런 계집애,

 한곳에 가만히 머물러 있지 못하고,

 네 이마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려주다가

 네개 얼른 키스하고는 훨훨 날아가지.

 

 불행 부인은 그 반대,

 네 가슴을 사랑으로 짓누르면서,

 급할 것 없다고 말하고는

 네 침대 옆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지.

 (여기서의 이 모토는 제 2부 전체를 구성하는 행과 불행의 대비를 선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숲 속의 고독

- 보물이 묻혀 있는 곳 앞에서 중얼거리는

  말도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내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ㅡ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나는 보물 찾는 법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

  아름답던 시절은 빈둥대는 사이 사라졌고,

  그뒤로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아! 나는 내 머리에 쓰고 다니던

  화환을 빼앗겨버렸다.

 

예전에 야경꾼이었던 사람

- 코미디를 봐도, 말할 수 없이 형편없는

  시를 봐도 그는 즐거워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비극을

  읽으면서도 그는 미소짓지 않는다.

  ...

  예전의 야경꾼아, 시간을 알려주던 사람아,

  타오르는 네 심장을 느끼지 못하는가?

  이자르 강가에서 활기를 되찾고,

  병든 짜증일랑 떨쳐버려라.

 

플라텐 무리

- 말로 된 위대한 행동, 이것을

  그대는 언젠가 해내리라 생각한다!ㅡ

  오, 나는 오래전부터 정신적으로 남에게

  빚을 지고 있는 인간 부류들을 알고 있다.

 

*나자로

1

세상살이

 

많이 가진 사람은 거기에다

곧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적게 가진 자는

그 적은 것마저도 빼앗길 것이다.

 

하지만 네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면,

아, 아예 무덤 속으로 들어가라ㅡ

이 가련한 사람아, 살 권리는

무언가 가진 자들에게만 있으니까.

(<누가복음> 19장 26절을 풍자적, 사실적으로 빗댄 시작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가진 사람은 더 받게 될 것이요,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가 가진 것까지 빼앗길 것이다.")

 

5

부랑자가 살아남는 법

 

부자들의 환심을 사려면

천박한 아첨이면 그만이다ㅡ

돈이란 천박한 것, 사랑하는 그대여,

돈은 천박한 아첨을 듣고 싶어한다.

 ...

 당신은 날 보며 묻는군요, "나는 뭐가 없지요?"

 당신에겐 가슴이 없어요, 가슴속에 영혼이 없어요.

 

11

사라진 소망

 

...

이젠 안녕! 녹아서 사라져버린

황금빛 소망아, 달콤한 희망아!

아아, 정확히 내 가슴에 얻어맞은

주먹질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13

재회

...

그녀는 이야기했다 : 그동안 자기가 나쁜 생각을

떨치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이야기가 길다고,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흔들리곤 했는지 ㅡ

그녀의 수다에 나는 멍청한 표정만 지었다.

 

19

유언

...

나는 유언장에 이렇게 추가한다 :

하느님은 너희들에 대한

기억을 망각 속에 묻으리라,

그분은 너희의 기억을 없애리라.

 

20

*잃어버린 아이

 

해방 전쟁에서 끝내 빼앗긴 초소여,

나는 삼십 년 동안 충실하게 견디어냈다.

승리에 대한 희망도 없이 나는 싸웠다,

몸 성히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접어두었다.

 

나는 밤낮으로 깨어 있었다ㅡ잠들 수 없었다,

야전의 텐트 속에 함께 있던 다른 전우들처럼 ㅡ

(또한 내가 잠깐 눈이라도 붙이려 하면, 그 잘난

친구들의 드렁드렁 코고는 소리가 나를 깨웠다.)

 

그런 밤마다 지루함이 자꾸만 내게 밀려왔다,

공포와 함께 ㅡ (바보만이 공포를 모르는 법) ㅡ

그것들을 쫓으려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풍자의 시를 뻔뻔스런 운에 맞추어서.

 

 

그래, 나는 깨어 있었다, 총을 들고서,

그때 어떤 의심스런 녀석이 다가왔다,

나는 정확히 쏘아서 그 녀석의 배에

싱싱한 총알을 한 방 박아주었지.

 

물론 가끔 형편없는 녀석도 나처럼

정확히 총을 쏠 줄 알 때가 있었다,

ㅡ아, 나는 그것을 부인할 수 없다ㅡ내 몸엔

상처가 나고ㅡ상처에서는 피가 철철 흐른다.

 

초소 하나가 비었다!ㅡ상처가 입을 벌린다,

하나가 쓰러지면, 다른 이들이 그 자리를 메운다,

그러나 나는 패하지 않고 쓰러졌다, 나의 총도

부서지지 않았다ㅡ부서진 건 다만 내 마음뿐. 

(하이네가 원래 생각했던 제목은 <잃어버린 초소>였다. 자신의 전기를 정치적인 맥락과 연결시킨 시작품으로 지금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고 가장 많이 인용된 하이네의 정치시이다.)

 

제3부. 히브리의 노래

 

오, 즐기지도 못한 채 인생을

그냥 흘러가게 하지 말아라!

너만 총으로부터 안전하다면,

그들이 총을 쏘든 말든 상관 마라.

 

행운이 네 곁을 날아가려 하면,

그 머리채를 꼭 붙잡아라.

네게 또 충고하느니, 너의 오두막을

산꼭대기에 말고 골짜기에 지어라.

 

예후다 벤 할레비

1

...

그렇다, 그는 위대한 시인이 되었다,

그는 시대의 별이요 횃불이었으며,

그의 백성의 빛이요 등불이었고,

망명의 황야에서

 

 

이스라엘의

고통의 대열을 앞서간

놀랍고도 위대한

노래의 불기둥이었다.

 

 

그의 노래는 순수하고 진실했으며

흠집 하나 없었다, 그의 영혼처럼 ㅡ

창조주께서 그의 영혼을 만드실 때,

스스로 아주 만족스러워하면서

 

그 아름다운 영혼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하여 그 입맞춤의 고귀한 여운이

시인의 모든 노래 속에서 울려나오니

이는 창조주의 은혜를 입은 노래들이다.

 

인생에서나 시쓰기에서나

가장 훌륭한 재산은 은혜이다 ㅡ

은혜를 입은 자는 운문에서나

산문에서나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하느님의 은총을 입은 그런 시인을

우리는 천재라고 부른다:

그 사람은 정신의 왕국을 다스리는,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왕이다.

 

그는 오로지 하느님에게만 말을 하고,

민중에게는 하지 않는다 ㅡ 예술에서나

삶에서나, 민중은 우리를

죽일 수는 있어도 심판할 수는 없다.

 

2

...

개야, 침을 발라주어 정말 고맙구나,

하지만 그것은 상처를 시원하게 해줄 뿐 ㅡ

나를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아, 그러나, 나는 죽을 수조차 없구나!

 

세월은 찾아왔다가는 가버린다ㅡ

베틀에서는 윙윙 소리를 내며

분주하게 이리저리 실패가 움직인다ㅡ

자신이 잣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이 없다.

 

세월은 찾아왔다가는 가버린다,

사람들의 눈물 방울은 떨어져,

땅 위로 흐르고, 그러면 땅은 조용히

탐스럽게 눈물을 들이마신다ㅡ

 

펄펄 끓는다! 뚜껑이 들썩거린다ㅡ

손으로 너의 어린 새끼를 붙잡아

암벽에다 박살을 내는

사나이 만세.

 

참 다행이다! 수프는 솥 안에서

증발하다가, 소리도 점차 잦아들어,

완전히 침묵한다. 내 심술도 물러난다,

동에서 서로 부는 내 심술도 사라진다ㅡ

...

 

*<로만체로>의 맺음말

(이 맺음말은 하이네의 자서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여러 가지 내용 면에서 <고백>(1854)의 전초적인 글로 읽힌다. 시인은 죽음의 병상에서 독자들과 작별을 나누면서 자신의 사상과 시쓰기의 변화에 대한 원칙론적인 변명을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종교적 전향,' 헤겔 비판, 범신론과 무신론 논쟁, 진보와 후퇴 등이 주된 논의거리이다.)

(시인은 임종 직전까지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가. 개인적으로 하이네의 시들보다도 이 마지막 맺음말이 나에게는 훨씬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

 안식 없는 무덤, 돈을 지출하거나 편지나 책을 쓰지 않아도 되는 죽은 자들의 특권이 없는 죽음ㅡ이것은 슬픈 상태다. 이미 오래전에 사람들이 와서 내 관의 치수를 재가고, 내 이름을 사망자 명부에도 올렸지만, 내가 너무 천천히 죽어가는 바람에 결국에는 나도 지쳤고 내 친구들도 지쳤다. 그러나 참으로, 모든 것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니까. 어느 날 아침 그대들은 그대들을 그렇게 자주 웃기던 나의 유머의 인형 극장의 문이 닫혀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1848년 5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내가 마지막 외출을 한 날로, 그날 나는 나의 행복했던 시절 동안 숭배했던 사랑스런 우상들과 작별을 하였다. 나는 힘겹게 루브르 박물관까지 발을 질질 끌며 걸어갔다. ... 그곳에는 은혜로운 미의 여신, 사랑하는 우리의 밀로의 여인이 대좌 위에 서 있었다. 나는 그녀의 발치에 오랫동안 누워서 격하게 울었다. 돌멩이라도 나의 모습을 측은하게 여길 정도였다. 여신 역시 연민의 눈길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팔이 없어요, 그래서 당신을 도울 수 없어요, 당신 눈에는 그게 보이지 않나요?

 나는 이제 이쯤해서 이야기를 중단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제 여러분, 친애하는 독자들과도 작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온통 서글픈 음조가 판을 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어떤 감동 같은 것이 나를 엄습한다. 나는 여러분과 헤어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결국에는 무슨 이성이 있는 존재이기라도 한 것처럼 독자에게 익숙해진다. 내가 여러분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여러분도 우울해지는 것 같다. 나의 소중한 독자여, 여러분의 마음도 흔들리는구나. 값비싼 진주들이 여러분의 눈물 주머니에서 떨어진다. 그렇지만 진정하라, 우리는 더 좋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그곳에서 나는 여러분을 위해 또한 더 훌륭한 책을 쓸 것이다. 물론 그곳에서 나의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과, 스웨덴보리의 말이 거짓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스웨덴보리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행했던 행동 양식을 다른 세상에 가서도 조용히 그대로 계속하며, 그곳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개성을 변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그리고 죽음이 우리의 유기적인 발전 과정에 있어서 전혀 특별한 방해 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들려준다. ...

 이 이야기들이 바보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의미심장하고 통찰력 있는 뜻이 담겨 있다. 이 위대한 스칸디나비아의 예언자는 우리 존재의 일체성과 불가분성을 파악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이 지닌 양도할 수 없는 개인적 권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인정한 것이다. 영혼의 불멸은 그에게 있어서 결코 우리가 새 옷을 입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장하는 어떤 이상적인 가장 무도회가 아니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과 의상은 다른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스웨덴보리의 다른 세상에서는 가난한 그린란드 사람들도 안락함을 느낀다. 그들은 언젠가 덴마크 선교사들이 자신들을 개종시키려고 하자 덴마크 선교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늘나라에도 바다표범이 있나요? 바다표범이 없다는 선교사들의 대답에 그들은 침울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하늘나라는 그린란드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군요. 우리는 바다표범 없이는 살아갈 수 없거든요.

 우리의 영혼은 우리의 인격의 종말이라는, 영원한 절멸이라는 생각에 대해 얼마나 저항하는가! 우리가 자연의 탓으로 돌리는 공간 공포는 사실은 우리 인간의 심정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친애하는 독자여, 기운을 내라, 영혼은 불멸하고, 다른 세상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바다표범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안녕히 계시라. 내가 만약 여러분에게 빚진 것이 있다면, 내 앞으로 계산서를 보내라.

 

1851년 9월 30일 파리에서

하인리히 하이네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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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 책에 대하여

Posted by 히키신
2017. 4. 9. 14:17 음미할만한 말과 단편들

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면 위안이 된다.

유난히도 긴 하루

Posted by 히키신
2017. 4. 8. 00:59 etc

작년 여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K의 집을 찾아 헤메던 날.
오전 부모님께 못할 말을 내뱉고 어머니의 눈물에 침묵과 한없는 부끄러움.
존경하던 철학 교수님의 침묵.
극한 피로감과 우울감.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옛 친구에게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화를 쏟아냈던 그날 밤.

---

차분히 글을 쓸 여유가 될 적에 풀어 쓸 것.

'17. 04. 08.

Posted by 히키신
2017. 4. 8. 00:56 순간의 감상[感想]

다시 밝아졌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긴 여정이 일단락되어감을 느낀다. 물론 또다시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할테지만.
며칠 간 고사리장마가 억수로 퍼부었다. 자욱한 안개는 마치 현재 내 상황을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게 누군가가 흩뿌려 논 듯하다. 시계가 매우 좁다. 그러나 겁은 나지 않는다. 뿌연 도로를 질주하였으나 별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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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2. 23.

Posted by 히키신
2017. 4. 8. 00:56 순간의 감상[感想]

비극적 운명의 수레바퀴
결핍과 소외. 그로 인한 고통스런 고독함의 나날의 연속. 점차 굳어져가는 부정적 주관.

그는 불그스름한 얼굴빛과 가만히 있을 적에는 항상 인상을 찌푸린 듯한 표정으로 있다. 차가운 가슴에 상냥한 말주변이라곤 취할 줄을 모르는 그는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그의 눈망울은 슬픔을 가득 안고 있고, 가슴 속 깊은 곳에는 사랑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절규하듯 울러퍼지고 있음을 사려깊은 사람들은 알아볼 수 있었다.

+

4월 8일. 한결 가벼워지고 낯빛도 많이 밝아졌다. 어둠 속의 빛이 어둠을 뚫고 나오려 하는가.

///

'당신께 그 무엇도 해줄 수 없음을 알고
함께 있음에도 내 삶을 꾸려나가야 할 텐데
그러기가 쉽지가 않네요.
자꾸만 떨어뜨려 놓고, 놓아주고픈 마음 속에
포기하고 싶다는 얄궂은 생각이 섞여들어만 갑니다. 많이 부족한 나이기에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참으로 미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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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작법 관련 메모

Posted by 히키신
2017. 4. 8. 00:44 etc

*소설 작법

패러디
에피그램 활용
몽타주 기법(영화적 서사)
내면의 의식 흐름대로 기술

*액자식 구조
- 단편의 내용적 연결 ( 1-2-3) 혹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책
(꼭 등장인물의 이름이 일치할 필요는 없다)
(따로 쓰여진 단편들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일치되도록 할 수도 있다)

*관심 주제
미로(labyrinth), 아이러니(모순)
프랙탈
무(無)
방랑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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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기억상실증
영원한 질문 - 영원한 침묵

-주체의 생략
명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동사로.

단시(短詩) Epigram

Posted by 히키신
2017. 4. 8. 00:42 글쓰기와 관련하여

단시
Epigram

단시(短詩)는 경구(警句)·비시(碑詩)라고도 하며 그리스어의 에피그라마(epigramma, 表書)에서 유래하였다. 로마의 시인 마르티알리스를 근원으로 하여 영시(英詩)에서는 16세기의 시인 J.헤이우드에서 B.존슨을 거쳐 18세기의 명인(名人) 포프에 이른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단시 시인으로는 볼테르, 독일에서는 로가우를 들 수 있다. 현재는 산문에서 발췌한 1행으로 된 것도 단시라고 부르며 격언이나 속담보다 개성적이며 예리한 기지와 풍자가 내포되어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다양하고 풍성한 이미지에 탐닉하기보다는 자본주의와의 싸움에 투신할 때 진정으로 가치 있고 위대하고 힘찬 시가 씌어지리라고 주장한 브레히트(Brecht, Bertolt, 1898.2.10~1956.8.14)는 이러한 단시의 기법을 전략적으로 사용한 경우이다. 『스벤보로 시편』의 1부에 수록된 「독일전쟁 안내(Deutsche Kriegsfibel)」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시편들은 독일 전쟁의 본질을 하층 민중들에게 폭로하기 위해 간결한 형식과 명확한 논리, 소박한 언어를 사용한 단시들이다. 유럽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격언식 단시를 브레히트는 여기서 반파시즘 투쟁의 무기로 삼고 있다. 여기서 사용된 단시 형식은 또한 비합법 투쟁을 위해 재빨리 읽거나 듣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기동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브레히트는 망명지에서 이 시들을 선전·선동용 전단이나 반나치 방송을 위해 썼고 만약 이 시들이 독자의 손에 들어가거나 귀에 들릴 때 금방 그것을 이해하고 깊은 인상과 깨우침을 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국시사에서는 70년대 민족문학운동의 전진과 함께 시의 서사적 경향이 강화되었는데, 혁명적 낙관주의나 타령조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단형 서정시, 즉 단시가 이시영과 같은 시인에게서 발견된다. 처녀시집 『만월』에 수록된 「서시」 「백로」나 「들국」 「가을에」 등에 이르기까지 단시는 이야기시에 대비되어 짧고 정제된 형식 속에 시적 긴장을 증폭시키는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시영의 단시는 그가 1969년 시조로 등단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 민족의 전통적 서정시 형식인 시조와의 관련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저항적 시인에게 있어서 단시가 차용되는 비근한 예를 우리는 김남주의 옥중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저 창살에 햇살이2」, 「옥좌」 같은 단시는 쉽고 일상적인 말을 쓰지만 일순간에 일상적 사고를 역전시키고 뒤집어버리는 수법이나 날카로운 대조법의 전형을 보여준다. 김남주 옥중시전집 『저 창살에 햇살이』에는 특히 풍자와 단상을 제6부로 모아놓고 있는데 여기 수록된 「맨주먹 맨손으로」, 「다시 와서 이제 그들은」, 「개털들」,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어느 백성의 이야기」, 「남과 북」, 「세상 참」 등의 단시들은 김남주의 시적 성취를 대표하면서 80년대 한국시의 한 중요한 성취를 이룬다. 복잡한 비유나 시각적 이미지보다는 청각적 효과에 주로 의존하는 김남주의 단시는 노래로 부르기에 적합하고 대중집회에서 낭송될 때 엄청난 감동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낳는 관계로 시를 혁명의 도구로 사용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에 부응하는 결과를 낳았다.(권도경)

출처
문학비평용어사전, 한국문학평론가협회, 2006. 1. 30., 국학자료원

몇 가지 단상들

Posted by 히키신
2017. 4. 8. 00:37 순간의 감상[感想]

1. 부자병에 걸린 지극히 가난한 환자는 자신이 돈이 없음을 한탄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 환자의 몹쓸 병은 결코 그를 죽음으로 이끌지는 않고 그 목전에 다다를 정도까지만 고통을 준다. 진즉 죽지 않고 끈질기게 버텨온 그는 지금 다 포기하기엔 참으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별다른 수는 없다.
너무나도 절망적이기만 한 현실 속에서는 이상을 꿈꾸며 노래하는 일도 힘에 부치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알고 있다...


2.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할 운명에 처하더라도 최소한 인간적인 죽음 정도는 바랄 자유가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마저도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이라면?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전생이라는 게 있는지 없는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전 전생에 큰 죄를 지은 게 아닐까...그렇게 생각치 않고서는 제 삶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었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신성함이 깃들어 있다네.'
'전 신성해지고 싶은 마음은 요만큼도 없구요. 성인군자가 되고 싶지도 않아요. 그저...제가 견딜 수 있을 만치만 저에게 고통이 주어지면 좋겠어요. 아니, 도대체 제가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야만 하나요?'
'...'

3. 기억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 정말 잊지 않아야 될 것들이 점점 희미해져만 간다. 잠깐 여유가 나는 틈을 타 온 신경을 집중해보려 해도 나에겐 그런 시간은 그리 길게 주어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는 수 없이 내 머리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고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4. 아침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조용히 흔들리는 은행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지저귀는 새소리와 은근한 귀뚜라미 울음소리,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 이런 것들은 내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다.

XX

조용히 미쳐간다. 움직이는 비애(悲哀), 삶의 편력, 방황 속에서 고독이 생활이 된 나...

XX

모든 순간의 아름다움을 시적으로 노래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구체적으로 옮기려 할 적에는 매우 우스꽝스럽게 표현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꿈과 현실의 극명한 차이 때문인가. 만약 그것이 이유중 하나라고 한다면, 이를 얼마만큼 더 근사치에 가깝게 좁힐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위대한 예술이 될 수도, 한갓노리개가 될 수도 있는 기준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XX

엄마에게 안긴 아이가 내 앞에서 한참이나 날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러다 이내 획 고개를 돌려버린다. 왜일까? 나의 무표정한 얼굴때문에...?

/

형의 왼쪽 눈. 새하얀 눈.
시마의 눈. 기묘한 일치. 그러나 시마를 가슴에 품고 나면 형은 고통스럽다는 정말로 슬픈 사실.
아버지의 들리지 않는 오른쪽 귀.
어머니의 마디 마디 구부러진 손가락과 날 놓으신 이래로항상 어머니를 괴롭히는 무릎 통증.
슬픈 자화상.
벽에 적혀 있는 '가화만사성'
나 홀로 무탈한 것이 너무나도 슬프다. 나도 어딘가 탈이 나는 것이 모양새가 알맞게 맞춰지는 것일텐데. 그렇지만 나는 탈이 나서는 안 된다. 더이상 여기서 또 하나의 아픔이 이 가련한 집에 얹어져서는 안 된다.

XX

살인 충동 - 자살 충동.

에피소드 하나.
시인 이상(李箱)은 그가 항상 믿고 잘 따르던 형 김유정(金裕貞)에게 같이 동반자살하자고 권유하였으나, 김유정은 이를 거절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김유정은 병마로 이상보다 한 달 먼저 하늘로 떠났다. 인간의 운명이란 이리도 묘하게 꼬여 있다.

⁃ 16.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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