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도전서 13:7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뎌냅니다.
(고리도전서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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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는 역사의 물줄기에 휘말려 들지 않고 도랑을 파기도하고 보를 막기도 해서 그 흐름에 조금이라도 새로움을 주는 일이겠습니다.
'뿌리깊은나무'는 그 이름대로 오래디 오랜 전통에 깊이 뿌리를 내리면서도 바로 이런 새로움의 가지를 뻗는 잡지가 되고자 합니다.
//
사람은 의미있는 일을 위해 돈을 낙엽처럼 태울줄 알아야 한다.
//
혀끝과 붓끝이 같아야 한다.
//
잘사는 것은 넉넉한 살림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도 누리고 사는 것이겠습니다.
우리가 '잘사는'일은 헐벗음과 굶주림에서뿐만이 아니라 억울함과 무서움에서도 벗어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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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 <서푼짜리 오페라 / 억척어멈과 자식들>, 이은희 옮김, 열린책들, 2012
연극과 관련된 몇 가지 개념
*서사극
서사극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두 개의 문학 장르, 즉 드라마와 서사 문학이 결합된 연극을 말한다.
<서사극>은 전통적인 환상주의 연극을 비판하고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진정하게 묘사할 수 있는 새로운 연극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전통적인 연극이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기반하여, 감정이입과 카라르시스를 기본 원리로 하는 연극을 말한다. 즉, 배우는 자기 자신을 역할에 완전히 몰입시키고, 관객 역시 이러한 배우에 의해 체현된 인물에 감정 이입을 해서 같이 울고 웃는 가운데 감정을 정화하는 것을 미적 체험의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극은 그리스 비극에서 현대 TV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충실히 재현해 무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가 현실이라는 환상을 자아내는 <요지경 무대>의 형태를 취한다. 브레히트에 의하면 이러한 전통 연극은 오히려 현실을 호도하며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다. 또한 관객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대리 만족을 얻을 뿐 진정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브레히트의 진단을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현대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무수한 <신데렐라> 캐릭터들, 변종 신데렐라로서 <캔디>와 <줌마렐라> 캐릭터들을 떠올리면 된다. 요즘 트렌디 드라마에서는 평범하고, 가난하고, 애 딸린 이혼녀나 유부녀를 사랑하는 수많은 재벌 2세들과 회장님의 아들들과 <본부장님>들이 등장하니 말이다. 브레히트에 의하면 이러한 연극은 마취제의 역할만 할 뿐 현실을 은폐하고 관객들의 에너지를 헛되이 소모시킨다.
그래서 환상주의 연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극작가는 작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현실과 현실 속 작품 소재를 의심의 눈초리로 관찰해야 하며,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낯설게> 묘사해야 한다. <알려져 있는 것은 무엇이든, 그것이 알려져 있다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헤겔의 명제에서 비롯된 이러한 자세는 역시 관객에게도 요구된다. ... (역자 해설 중)
*이중 장면
: 무대 위에서 두 개의 장면을 동시에 보여 줌으로써 관객의 집중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관객이 등장인물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서사적 기법을 통해 궁극적으로 관객에게 서사적 관점이 가능해진다.
*게스투스
: 인물의 양식화된 제스처로서 인물 간의 사회적, 경제적 관계를 보여 준다. 브레히트에 의하면 게스투스란 <한 인물의 총체적 태도>와 관련된 것으로 한 인물의 <세계관을 구체화시켜 주는 행위>이다. 또한 롤랑 바르트는 게스투스를 <사회적 상황의 전체가 얽힐 수 있는 몸짓의 단위>라고 정의했다.
<서푼짜리 오페라>
- 17세기 프리드리히 폰 작센 공작의 좌우명 <돈이 이 세상의 왕이며 세상을 지배한다>
(자본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17세기에서부터 이러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자본주의(capitalism, 資本主義)란 말 그대로 '자본이 최고라는 관념(이데올로기, ~ism, ~주의)이 지배하는 사회' 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제 1막. 제 3장
첫 번째 서푼짜리 피날레 : 인간 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하여
피첨 : 내가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건가요?
쓸쓸한 삶에서 한 번쯤
한 남자에게 나를 바치는 것.
이것이 너무 높은 목표인가요?
(성경을 손에 들고)
그건 이 세상을 사는 인간의 권리란다.
너무 짧은 생이기에 행복을 느끼고,
세상의 온갖 쾌락을 향유하고
돌이 아닌 먹을 빵을 얻는 것.
이 지상을 사는 인간의 유일한 권리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껏 들어 보지 못했지.
그 권리를 얻었다는 걸. 아, 어디에 있을까!
누군들 자신의 권리를 얻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 그렇지 않은 걸.
피첨 부인 : 나도 너에게 기꺼이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단다.
너에게 모든 걸 주고 싶지.
네가 삶에서 무언가 얻을 수 있도록.
누구나 그러고 싶어 하니까.
피첨 : 선한 사람이 되는 것.
그래,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겠어?
가난한 이들에게 자기 것을 나누는 것, 왜 아니겠어?
모두들 선하면 하느님 나라가 멀지 않으리.
누군들 하느님의 광명 속에 살고 싶지 않겠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별에서
식량은 빠듯하고 인간은 야비하지.
누군들 평화 속에 조화롭게 살고 싶지 않겠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별에서
식량은 빠듯하고 인간은 야비하지.
누군들 평화 속에 조화롭게 살고 싶지 않겠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 그렇질 않아.
폴리와 피첨 부인 : 유감이지만 그 말이 맞아요.
세상은 가난하고, 사람들은 악해요.
피첨 : 유감스럽게도 내 말이 맞지.
세상은 가난하고, 사람들은 악해.
누군들 지상에서 파라다이스를 꿈꾸지 않겠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 그걸 허락하나?
아니, 상황은 그걸 허락하지 않아.
너를 몹시 걱정하던 네 형제.
고기가 부족해지면
바로 네 얼굴을 밟아 버리지.
그래, 성실하게 사는 것,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겠어?
하지만 너를 걱정하던 네 부인
네 사랑이 충분하지 않으면
바로 네 얼굴을 밟아버리지.
그래, 감사하며 사는 것. 누가 그러고 싶지 않겠어?
하지만 너를 걱정하던 네 아이
노년에 빵이 부족해지면
바로 네 얼굴을 밟아 버리지.
그래, 인간적인 것. 누가 그러고 싶지 않겠어!
폴리와 피첨 부인 : 그래요, 애석한 일이죠.
그건 지독히도 맥 빠지는 일이에요.
세상은 가난하고, 인간은 악하다니.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말이 맞아요.
피첨 : 물론 유감스럽지만 내 말이 맞아.
세상은 가난하고, 인간은 악해.
우리는 야비한 대신 선할 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 그렇지 않아.
세 사람이 함께 : 그래요, 그러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모든 게 다 추잡할 뿐!
피첨 : 세상은 가난하고, 인간은 악해.
유감스럽지만 내 말이 맞아!
세 사람이 함께 : 이건 애석한 일이죠.
이건 지독히도 맥 빠지는 일이에요.
그러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모든 게 다 추잡할 뿐!
(인간이 당면한 문제를 개인 간의 갈등으로만 나타내는 전통적인 글쓰기와 극작법에 회의를 느낀 브레히트는 마르크스 사상에 경도되어 마르크시즘을 그 인식의 틀로 받아들인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거대한 이데올로기와 삶 사이에 부유하는 인간들의 현실이었고, 그런 사회적인 모순을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여실히 극에 담아 표현하고자 했다. 위 피날레에서 반복되는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 그렇지 않아' 라는 대목에서 이러한 그의 현실 인식을 잘 엿볼 수 있다.)
- 제 2막. 제 6장
안락한 삶에 관한 발라드
...
내가 차라리 위대하고 고독한 위인이라면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주변에서 그런 위인들을 보고
스스로 말했지, 넌 그런 걸 단념해야 해.
가난은 지혜를 가져오지만 불쾌하기도 하고
대담함은 명성을 가져오지만 쓰디쓴 노고도 안겨 주니까.
가난하고 고독하고, 지혜롭고 대담했던 너.
하지만 이제 위대함과 이별하네.
그러면 행복의 문제가 저절로 풀리지.
부자만이 안락하게 살 수 있다네!
두 번째 서푼짜리 피날레
맥 : 정직하게 살고 죄와 악행을 저지르지 말라고
우리를 가르치는 신사 양반들.
우선 우리에게 먹을 걸 줘야지.
그럼 말할 수 있지, 그때부터 시작하라고.
당신들의 배때기와 우리의 정직함을 좋아하는 당신들
이것만은 꼭 알아 두길.
당신들이 아무리 둘러대고 속임수를 쓸지라도
우선은 처먹고 나서야 다음이 도덕이라는 것을.
가난한 사람들도
커다란 빵 덩이에서 자기 몫을 얻을 수 있어야지.
무대 뒤에서 : 도대체 인간은 무엇으로 사나요?
맥 : 도대체 인간이 무엇으로 사느냐고? 매 순간 인간을
괴롭히고, 벗겨먹고, 덮치고, 목 조르고, 먹어 치우며 살지.
자신이 인간이라는 걸 까맣게
잊어버려야만 인간은 살 수 있다네.
합창 : 신사 양반들, 착각하지 말아요.
인간은 악행으로만 살 수 있어요.
제 9장
맥 : ... 우리는 낡은 쇠막대로 구멍가게의 니켈 금고나 터는 소시민 수공업자들인데 대기업인들이 우리를 집어 삼키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은행들이 버티고 있죠. 주식에 비하면 곁쇠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은행을 설립하는 것에 비하면 은행을 터는 게 무슨 대단한 일입니까? 한 사람을 고용하는 것에 비하면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뭐 대수입니까?
매키스가 모두에게 용서를 구하는 발라드
: 우리 뒤에 살게 될 형제들이여,
우리에게 너무 냉담하지 말아 주오.
우리가 교수대로 올라갈 때 웃지 말아 주오.
수염 뒤에 숨겨진 불손한 웃음.
우리가 몰락한다 해도 저주하지 말아 주오.
법이 그러듯 우리에게 화내지 말아 주오.
우리 모두가 분별력이 있는 건 아니라오.
인간들이여, 모든 경솔함을 멈추어 주오.
인간들이여, 우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주오.
그리고 신께 빌어 주오, 나를 용서하시라고.
비가 우리를 정화시켜 주네.
살찐 우리 몸을 씻겨 주네.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까마귀가 우리 눈을 파먹네.
우리는 아주 높이 올라가서
이제 여기 매달려 있네, 마치 위용을 부리듯.
탐욕스러운 새끼 새가 우리를 쪼아 대네.
마치 길가에 버려진 말똥을 쪼듯.
아, 형제들이여, 우리를 경고로 삼아 주오.
그리고 신께 빌어 주오, 우리를 용서하시라고.
경솔한 사내들을 낚아채려
가슴을 드러내는 처녀들.
타락의 대가를 가로채려
눈독을 들이는 사내들.
비렁뱅이들, 창녀들, 뚜쟁이들
게으름뱅이들, 무법자들
살인자들, 변소 치는 여편네들.
그들에게 청을 하네, 나를 용서해 주오.
개놈의 경찰들에겐 안 그럴 거야.
매일 밤마다 아침마다
먹을 거라곤 나무껍질만 주었던 그들.
수고와 걱정도 함께 주었지.
그들을 저주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으리,
또 다른 싸움을 피하기 위해.
그들에게도 청을 하네, 나를 용서해 주오.
그들의 아가리를
무거운 쇠망치로 두들겨 팰 수 있었다면.
그러나 잊어야지.
그리고 그들에게 청을 하네, 나를 용서해 주오.
...
모두 :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오르간에 맞춰 노래한다)
불의를 그렇게 박해하지 말아요, 곧
저절로 얼어 죽을 테니, 날씨가 너무 춥거든요.
어둠과 지독한 추위를 생각해 봐요.
비탄의 소리 울려 퍼지는 이 골짜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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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해하지 않는 것의 힘은 예로부터 여러 사람들이 한결같이 한 말이다.)
*프란츠 카프카 <죄, 고통, 희망, 그리고 진실한 길에 관한 성찰> 중
...다른 모든 죄를 낳는 인간의 주된 죄 두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초조함과 무관심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천국에서 쫓겨났고 무관심때문에 거기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주된 죄가 단 한가지라고 한다면 그것은 초조함 일 것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추방되었고 초조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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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롭고, 나날이 새롭고, 또 하루가 새롭다.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구일신, 일일신, 우일신) – 대학에 나오는 이야기로 옛날 은 왕조의 명군 탕 임금은 세숫대야에 아홉개의 글자를 새겨 매일 아침 세수할 때마다 그 글자들을 보고 수신과 정치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했다. 그리하여 탕왕 시대에는 왕의 이러한 자세가 정치에 그대로 반영되어 정치의 안정을 꽤하는 것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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