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Posted by 히키신
2017. 3. 2. 15:22 순간의 감상[感想]

<일상>

0. 빈 담배갑과 소주병들이 늘어간다. 그럴수록 나는 어둠과 가까워지는줄 알면서도 무엇에든지 취하지 않으면 안 될것만 같네. 순간을 취하자니 영원을 잊어버릴 듯하네. 이대로도 괜찮지. 아직은...버틸만하지 않나? 글쎄, 점점 지나간 일들이 기억이 잘 나질 않아. 노래의 책이 노래를 속삭여도 흥이 전혀 돋질 않는군. 이봐, 굳이 그렇게 애쓸 필요 없어. 그건 그렇고,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덥구만그래. ...

0. 주위 풍경이 비애에 젖어 있는만치 그 속의 생활 역시 비애롭다. 제각각 제멋대로 멋을 부리고 희희낙락 떠들어대는 꼴을 보면 나 홀로 딴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하다. 기쁠적보다 무력한 비애감에 빠져들적에 시가 나오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내 생활에는 안정의 시간이 너무도 짧고 하찮은 감상에 빠져있을 여유는 내겐 없다. 더이상 내려갈 수 없을 만큼 차가워지더라도 그 겉을 따사롭게 보듬을 수 있을까. 아, 피곤하구나...

0. 점점 병원이 익숙해져 간다. 병원에만 가면 꼭 세상 천지가 병든 환자로만 가득찬 것 같네. 하기사 세상이 병들었으니 병원이든 아니든 환자투성인게 당연하지. 그런데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가 안좋은 거지. 말짱해 보이는구만. 또 의사에게 사정해야만 하는건가. 어쩔 수 없지. 여기선 그네들이 왕이요 진리요 신이지 않나. 그나자나, 아침을 굶었더니 배가 고프네. 끝나고 뭐 먹을까. ...

0. 잘지내나. 그럭저럭. 언제쯤 내려오누. 글쎄.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어서. 그래. 난 다음 달이면 일본으로 간다. 잘 됬군. 학교는. 휴학. 그래 나도. 혹시 볼 수 있으면 보자. 그래. 또 연락하자. 힘들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하루종일 전화해야 겠는데. 하하, 그것도 좋지...

⁃ '16. 0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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