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03. 03.

Posted by 히키신
2017. 3. 20. 22:29 순간의 감상[感想]

어느날 X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부여잡고 대성통곡 하였다. 열심히,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고 난 정말 외롭고 힘들었는데 그래도 꿋꿋이 버텨냈는데, 나보고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하면서 남들 시선은 아랑곳 않는다는 듯 지금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서럽게, 울어대는 것이다. 나는 아연실색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어깨를 두드려 주며 미안하단 말만 내내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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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가 이따금씩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여태껏 별일은 없었지만 이번엔 별일이 날지도 모를 일 아닌가 하면서도 그런 생각은 하등 그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다시금 그 생각을 억누르곤 한다. 다행히도 X는 별 일 없다는 듯 무심히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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