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心 1
回心 1
밴드 생활을 하던 어린 한 때, 기타를 알려주었던 형이 뒷 주머니에서 담배꽁초를 무더기로 꺼내 버리는 모습을 보았다. 도대체 꽁초를 왜 모으시냐 하고 묻자, 따로 모으는 게 아니라 담배를 태우고나서 꽁초를 마땅히 처리할 데가 없어 호주머니에 넣다 보면 이렇게 한가득 찬다고 말씀하신 것을 듣고, 나는 적잖이 감명을 받았다. 부활의 김태원 역시 담배꽁초를 절대 길바닥에 버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약속한 이래 20년이 넘도록 단한번도 어긴 적이 없다고 한다. 그때부터 나도 결심했다. 꽁초를 절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지 않겠다고. 그러나 점점 인생살이에 지쳐가면서 나는 잘 지켜오던 스스로와의 약속을 어겼다. 한편으로는 그깟 담배꽁초쯤이야 어떻게 하든 상관이 있겠느냐 하는 마음도 들었고, 바지 주머니에 담배냄세가 베이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아 그만두었다. 말하자면 스스로 결심한 것을 스스로 풀어내어 마음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그 후로도 나는 몇 번이고 꽁초를 모았다 그냥 버리기를 반복하였다. 스스로 돌린 마음은 계속해서 돌고 돌아 어느 한 점에 멈추지를 않는 것이다.
- '17. 05.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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