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핸슨 - 아닌 것

Posted by 히키신
2017. 4. 27. 18:36 Poetry#1

<아닌 것>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 에린 핸슨 <아닌 것> (류시화 옮김)

Not

You are not your age,
Nor the size of clothes you wear,
You are not a weight,
Or the colour of your hair.
You are not your name,
Or the dimples in your cheeks,
You are all the books you read,
And all the words you speak,
You are your croaky morning voice,
And the smiles you try to hide,
You’re the sweetness in your laughter,
And every tear you’ve cried,
You’re the songs you sing so loudly,
When you know you’re all alone,
You’re the places that you’ve been to,
And the one that you call home,
You’re the things that you believe in,
And the people that you love,
You’re the photos in your bedroom,
And the future you dream of,
You’re made of so much beauty,
But it seems that you forgot,
When you decided that you were defined,
By all the things you’re not.

- Erin Hanson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당신 역시 때로는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지금의 나이가 당신인가? 아니면 시인 마야 앤젤루가 말한 것처럼 지금의 나이를 포함해 당신이 거쳐 온 모든 나이가 당신인가? 당신은 혹시 자존감을 옷의 치수나 체중계의 숫자로 평가하지 않는가? 날씬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기 위해 옷 제조업체들이 옷 치수를 실제보다 작게 표기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미는 장미라고 부르지 않으면 장미가 아닌가? 이름과 염색한 머리와 인위적으로 집은 보조개를 빼면 당신에게 무엇이 남는가? 당신의 집에 있는 어떤 가구보다 당신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것은 책꽂이의 책들이다. 침대가 아니라 침대에서 지샌 불면의 밤이 당신이다. 당신의 사랑스러움은 가격표 붙은 액세서리가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과 웃음 속에 있고, 당신의 진실한 감정은 눈물 속에 있다.

당신이 다른 것들로 당신을 정의하고 있을 때 진정한 당신은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실제로 당신이라는 존재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을 때 목청껏 부르는 노래,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 추는 춤, 세상이 뭐라고 하든 당신이 믿는 것이 더 당신이다. 당신이 가 본 길, 마음으로 머물렀던 장소들, 온전히 자신일 수 있었던 시간들은 당신의 영혼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사랑한 것들이.

인간이라는 존재는 흔하면서도 고유하다. 따라서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아닌 것들로 당신을 정의 내리는 것은 신이 당신을 위해 준비한 계획을 망치는 일임을. 이 시는 시인이 자신의 이름을 E. H.라는 이니셜로 표기하기 때문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시로 잘못 알려지기도 하지만, 지난주에 소개한 <더 푸른 풀>을 쓴 호주 시인 에린 핸슨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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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인 류시화의 페이스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