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하킨스 <그는 떠났다>
<아침의 시>
그가 세상을 떠났다고 눈물 흘릴 수도 있고
그가 이곳에 살았었다고 미소 지을 수도 있다
눈을 감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도할 수도 있고
눈을 뜨고 그가 남기고 간 모든 것을 볼 수도 있다
그를 볼 수 없기에 마음이 공허할 수도 있고
그와 나눈 사랑으로 가슴이 벅찰 수도 있다
내일에 등을 돌리고 어제에 머물 수도 있고
그와의 어제가 있었기에 내일 행복할 수도 있다
그가 떠났다는 사실로만 그를 기억할 수도 있고
그에 관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계속 살려 나갈 수도 있다
울면서 마음을 닫고 공허하게 등을 돌릴 수도 있고
그가 원했던 일들을 할 수도 있다
미소 짓고, 눈을 뜨고, 사랑하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 데이비드 하킨스 <그는 떠났다> (류시화 옮김)
내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입니다. 정치인을 떠나 인간적으로 제가 좋아한 분입니다. 아름답고 정의로운 마음을 지닌 그가 세상을 떠나고, 우리는 아직도 많은 문제들을 고통스럽게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거대한 흐름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고, 우리는 자기 연민에 젖을 시간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잃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새 대통령이 된 이를 위해 이 시를 소개합니다.
이 시는 영국의 무명 시인 데이비드 하킨스(1958~ )가 지역 신문에 '나를 기억해 주기를(Remember Me)'이라는 제목의 산문시 형태로 발표한 것이었는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자신의 어머니 장례식날 낭송함으로써 BBC 방송과 타임 지에 소개되어 세간에 유명해졌습니다.
이 시의 행마다 가능 동사들이 있듯이 우리 삶 역시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떠나도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가 꿈꾸고 이루려고 했던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일입니다. 담대하게 실천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지키고, 미소 짓고, 사랑하면서.
*출처 : 시인 류시화의 페이스북에서
'Poetry#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사다 히로시 - 최초의 질문 (0) | 2017.07.10 |
---|---|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이상하고 아름다운 꽃> (0) | 2017.06.02 |
에린 핸슨 - 아닌 것 (1) | 2017.04.27 |
니체 - 밤의 노래 (0) | 2017.04.11 |
하인리히 하이네 - 로만체로 Romanzero (0) | 2017.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