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시민불복종)

Posted by 히키신
2017. 3. 7. 21:05 영원의 지헤, 그리고 철학

헨리 데이비드 소로월든(+시민불복종), 김율희 옮김보물창고, 2015


-경제-

p21

야만인들의 강인함과 문명인의 지성을 겸비하기란 불가능한 일일까?


p23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예리한 사고를 하거나 어떤 학파를 창설하는 것이 아니라지혜를 사랑한 나머지 지혜가 명하는 바에 따라 소박하고 독립적이며 관대하고 신뢰할 만한 삶을 산다는 뜻이다삶의 어떤 문제들을 이론적으로만이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해결한다는 뜻이다


p26

과거와 미래라는 두 개의 영원이 만나는 지점정확히 말해 현재라는 순간에 발을 딛고 서서발끝으로 그 선을 따라 걷고 싶었다


p31~32

옷을 마련할 때 우리는 진정한 실용성보다는 새것을 좋아하는 마음과 타인의 시선에 대한 관심에 지배될 때가 더 많다일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옷의 목적이 첫째생명 보존에 필요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지금과 같은 상태의 사회에서 알몸을 가리기 위한 것임을 상기시켜 주자그러면 그는 옷장에 새 옷을 더 넣지 않고도 꼭 필요하거나 중요한 일을 얼마나 많이 해낼 수 있는지 가늠하게 될 것이다왕실 재단사나 양재사가 만든 옷임에도 그것을 단 한 번 입고 마는 왕이나 왕비는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을 때의 편안함을 알지 못한다깨끗한 옷을 걸어두는 목마나 다름없다옷은 입는 이의 개성을 받아들이며 날마다 옷 주인과 점점 닮아 가기 때문에결국 우리는 옷을 버리기를 망설이며마치 육신을 버리고 떠날 때처럼 그 시기를 늦추려 하고 의료 기구를 이용하며 엄숙한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헝겊 조각을 대고 기운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얕본 적이 없다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건전한 양심을 갖추기보다는 유행에 맞거나 적어도 기운 부분이 없고 깔끔한 옷을 입는데 훨씬 열을 올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그러나 찢어진 부분을 수선하지 않았다고 해도그것 때문에 드러나는 최악의 결함이라고 해 봤자 무신경함 정도일 것이다때로는 무릎에 헝겊을 덧대 깁거나 꿰맨 자국 두어 군데가 있는 옷을 입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으로 지인들을 시험해 본다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옷을 입어야 한다면 장래가 암담해질 것이라고 믿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 그는 무엇이 진정 존경할 만한 것인가에 대한 것보다는 무엇이 좋은 평판을 받을 만한 것인가에 신경 쓰기 때문이다. (...) 자신이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을 허수아비에게 입히고그 옆에 벌거벗은 채로 서 보라누구나 보자마자 허수아비에게 인사하지 않겠는가? (...) 사람에게서 옷을 빼앗는다면 과연 각자의 상대적인 지위를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은 흥미롭다그런 경우가장 존경받는 계층에 속한 문명인 집단을 확실히 구별해 낼 수 있겠는가


p33

당부하건대새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니라 새 옷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업을 경계하라새 사람이 없는데 어찌 몸에 딱 맞는 새 옷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사업을 앞두고 있다면 헌옷을 입고 시도하라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니라 할 일혹은 되어야 할 모습이다.  


p46~47

 농부는 생계의 문제를 그 자체보다 더 복잡한 공식으로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구두끈을 얻기 위해 투기하듯이 많은 가축을 사들인다안락과 독립을 손아귀에 넣고자신들린 듯한 솜씨로 머리카락 덫을 설치하고서는 발길을 돌리다가 그 덫에 제 발을 집어넣어 버린다이것이 농부가 가난한 이유다그리고 비슷한 이유로우리 역시 사치품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많고 많은 야생의 안락함을 누리지 못하니 가난하다시인 채프먼도 노래하지 않았던가.

 

 거짓된 인간 사회여,

 세속의 웅대함을 찾는 동안

 천상의 모든 안락이 허공으로 흩어지도다.


p55

문명인은 경험이 더 많고 더 현명한 미개인일 뿐이다.


p67

또한 나는 겸손을 떨며 악마의 대리인이 되지는 않을 작정이다진실을 제대로 대변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p68

즉 지역 사회가 이토록 값비싼 수단으로 학생들을 지원해 주는 동안학생들은 놀기만 하거나 그저 공부만 하면서 인생을 보내서는 안 되고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삶을 살아 봐야 한다.


p89

내 눈에는 오늘날의 영국이 엄청난 짐을 가지고 여행 중인 노신사처럼 보인다오랜 살림살이로 축적된 잡동사니들즉 큰 여행 가방작은 여행 가방원통 상자보따리 따위인데 그는 그것을 태워 버릴 용기가 없다적어도 처음 세 가지는 버리길오늘날 건장한 사람도 침대를 등에 지고 걷는다면 힘에 부칠 것이다그러나 병든 사람에게는 침대를 버리고 달려가라고 간곡히 충고하겠다전 재산이 든 보따리를 지고 비틀거리는 이민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그 보따리는 그의 목덜미에서 자라난 어마어마한 혹처럼 보였다그가 안타까웠던 까닭은 그 짐이 그의 전 재산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었다내가 덫을 끌고 다녀야 한다면가벼운 것을 골라 급소가 걸려들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다그러나 아예 덫에 발을 집어넣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리라.


p91

일부 야만국에서는 우리가 본받으면 좋으리라 여겨지는 여러 관습이 있는데적어도 그들은 매년 허물을 벗는 것과 비슷한 의식을 치른다허물의 실체가 무엇이든그들은 그 행위의 목적을 알고 있다우리도 버스크혹은 첫 소산의 축제와도 같은 의식을 거행하면 좋지 않을까윌리엄 바트램은 버스크가 머클래스 족 인디언의 관습이었다고 설명한다마을에서 버스크를 치를 때는 새 옷새 솥과 냄비새 가재도구와 가구를 미리 마련해 두고낡은 옷과 여타 너절한 물건들을 모두 모으고집과 광장을 비롯해 마을 전체를 청소해 쓰레기를 치우고이것들을 남은 곡식 및 다른 오래된 식량과 함께 한 무더기로 만들어 불에 태워 버린다약을 먹고 사흘 동안 금식한 뒤마을에 피운 불을 모두 끈다금식 기간 중에는 식욕과 성욕을 비롯해 희열을 주는 것을 모두 억제한다대사면이 시행되어 모든 죄인들이 자기 마을로 돌아간다.

 나흘 째 아침대사제가 마른 나무들을 비벼 마을 광장에 새 불을 피우고마을의 모든 주민은 이 새롭고 순수한 불꽃을 받아 간다.

 그런 다음 그들은 햇곡식과 햇과일을 마음껏 즐기며 사흘 동안 춤추고 노래한다그리고 그다음 나흘 동안 인근 마을에서 같은 식으로 몸을 정화하고 단정한 친구들의 방문을 받아 즐거움을 나눈다.


p93

(...) 하지만 그 이후로 사업이란 그 손아귀에 들어온 모든 것에 재앙을 내린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내가 파는 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메시지라 하더라도사업이 내린 재앙이 늘 따라붙기 마련이다


p95

각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나 엄니혹은 이웃의 길을 따르는 게 아니라 매우 신중하게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 추구하기를 바란다젊은이는 건축가가 될 수도 있고 농부나 선원이 될 수도 있으니그가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일을 못하도록 방해만 하지 말자선원이나 도망 노예가 언제나 북극성을 바라보듯이우리는 아주 정확한 어떤 지표가 있어야만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그 지표만 있으면 평생의 길잡이가 생기는 셈이다예측 가능한 시간 이내에 항구에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정당한 항로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p97

십중팔구 그렇겠지만 세상이 그것을 악행이라고 부르더라도 꿋꿋이 버텨 내십시오.


p98

부패한 선이 풍기는 악취만큼 고약한 냄세는 없다


p99~100

 예수회 선교사들은 화형을 당하던 인디언들이 자신들을 고문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고문 방식을 제안하자 깜짝 놀랐다고 한다디언들은 육체적 고통을 초월했기 때문에 선교사들이 제공할 수 있는 어떤 위로도 초월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또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법칙은 인디언이 듣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졌는데그들은 남이 자신에게 어떻게 하든지 상관하지 않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적을 사랑했으며 적의 모든 행동을 아주 기꺼이 용서했기 때문이었다.

p102~103

우리는 절망이 아닌 용기를질병이 아닌 건강과 평온을 나누어야 하며 절망과 질병이 전염병처럼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통곡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남부의 어느 평원인가우리가 빛을 보내야 할 이교도는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가우리가 구해 내야 할 저 무절제하고 잔인한 인간은 누구인가사람은 아파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심지어 배가 아프기만 해도ㅡ배는 연민이 자리 잡은 곳인 까닭에ㅡ곧장 세상을 개혁하는 일에 착수한다자기 자신이 소우주인 그는 세상이 그동안 풋사과를 먹어 왔음을 발견한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발견이며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그는 생각한다실제로 그가 보기에 지구는 커다란 풋사과이며인간의 자식들이 사과가 익기도 전에 조금씩 갉아 먹어 버릴 것이라는생각만으로도 끔직한 위험이 존재하는 곳이다그는 강렬한 인류애에 사로잡혀 곧장 에스키모와 파타고니아 사람들을 찾아 나서며인구가 많은 인도와 중국의 마을을 껴안는다그리고 이런식으로몇 년 간 자선 활동을 하고 나면ㅡ그러는 동안 권력자들은 나름의 목적을 위해 그를 이용한다.ㅡ의심할 바 없이 그의 위장병은 치료되고 지구의 한쪽 뺨이나 양쪽 뺨은 익어 가기 시작한 과일처럼 희미한 홍조를 띈다삶은 미숙함을 벗고 다시 달콤하고 건강해진다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내가 저지른 죄보다 더 큰 죄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다나처럼 형편없는 인간은 지금까지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만나지 못할 것이다.


p104

혹시 어쩌다가 이런 자선 행위 중 하나라도 하게 된다면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알릴 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준 뒤에는 자신의 신발 끈이나 묶으라잠깐 쉬었다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라.


p105

 페르시아의 시라즈에서 태어난 시인 사디가 쓴 굴리스탄’ 즉 장미원이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그들이 현자에게 물었다지극히 높은 신께서 만드신 높다랗고 그늘이 넓은 이름난 여러 나무들 중에서자유롭다고 불리는 나무는 열매도 맺지 못하는 삼나무뿐입니다여기에 숨은 신비가 무엇입니까?’ 현자가 답했다모든 나무는 적절한 열매와 정해진 철이 있어그 철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생기가 넘치며 꽃을 피우지만 철이 지나면 마르고 시든다그러나 삼나무는 열매도 제철도 없으니 언제나 번성한다이것이야말로 자유로운 이들즉 종교에서 독립한 이들의 특징이다그러니 그대의 마음을 덧없는 것에 쏟지 말라칼리프 백성이 멸망한 뒤에도 티그리스 강은 바그다드를 통과하며 계속 흐를 것이다그대의 손에 많은 것이 있다면 대추나무처럼 관대하게 베풀라그러나 손에 베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삼나무처럼 자유로운 사람이 되라.


-어디에서 어떤 목적으로 살았는가-

p109

결정이 끝나면 땅을 경작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그대로 놔둘 수 있는 것이 많을수록 부자이기 때문이다


p113

속세를 한 걸음 벗어나기만 하면 어디에나 올림포스 산이 있다.


p116

광대한 지평선을 자유롭게 즐기는 이 외에는 세상에 행복한 자가 없도다.” 다모다라가 자기 가축들에게 새롭고 더 넓은 목장이 필요하게 되자 했던 말이다.


p119~120

힌두교 경전인 베다에는 모든 지성은 아침과 함께 깨어난다.라는 말이 있다시와 예술 및 가장 아름답고 기억할 만한 인간의 행동은 그런 시간에 시작된다. (...) 태양과 보조를 맞추어 경쾌하고 활기차게 사고하는 사람에게 하루는 영원히 지속되는 아침이다시계가 몇 시를 알리든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어떤 일을 하든 상관없다내가 깨어 있고 내 속에 새벽이 있다면 그때가 바로 아침이다도덕적 개혁이란 잠을 쫓으려는 노력이다계속 졸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자신의 하루에 대해 왜 그토록 빈약한 설명만 늘어놓는가계산에 그리 약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졸음에 정복당하지 않았다면 뭐든 이루어 냈을 것이다육체노동을 할 만큼 깨어 있는 사람은 수백만 명이다그러나 지적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만큼 깨어 있는 사람은 백만 명 중 한 명이며시적인 혹은 신성한 삶을 살 만큼 깨어 있는 사람은 1억 명 중 오직 한 명뿐이다깨어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나는 지금까지 정말로 깨어 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그러니 어찌 그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겠는가?

 (...) 가치 있는 하루가 되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p121

 신화에서는 우리가 오래전에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개미처럼 비천하게 살아간다. 우리는 피그미족처럼 두루미와 싸우고 있다실수에 실수를 더하고 누더기 위에 누더기를 입는다우리의 가장 훌륭한 미덕이라는 게 쓸데없고 피할 수 있는 불행을 기회로 여기는 정도이다우리의 삶은 사소한 일로 허비된다정직한 사람은 계산할 때 대부분 열 손가락만으로 충분하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발가락 열 개를 보태면 될 것이고 나머지는 하나로 묶어 버리면 된다간소하게간소하게간소하게 살자


p125

원칙을 알면 됐지 무수한 사례와 응용에 왜 신경을 쓴단 말인가철학자에게 소위 뉴스란 잡담거리에 불과하며 그것을 편집하고 읽는 사람들은 차를 홀짝이는 노파들이다


p126

 뉴스가 뭐기에결코 낡지 않는 것을 아는 편이 훨씬 중요하지 않은가위나라의 대부(大夫거백옥이 공자에게 사람을 보내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다공자는 사자를 가까이 앉히고 다음과 같이 물었다선생께서는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 사자가 공손히 답했다스스로의 허물을 줄이고자 하시나 이루지 못하시는 듯합니다.’ 사자가 돌아간 뒤 공자가 말했다참으로 훌륭한 사자로다훌륭한 사자로다!


p129

하루라는 시간을 자연처럼 의도한 그대로 살아 보자. 호두 껍데기와 모기의 날개가 철로에 떨어진다고 매번 탈선하지는 말자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든지 거르든지 요란을 떨지 말고 차분히 하자손님이 오가거나 종이 울리거나 아이들이 울어도 그대로 두자즉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로 마음먹자. 왜 시류에 굴복해 휩쓸려야 하는가정오의 여울에 자리 잡은 만찬이라는 저 무시무시한 급류와 소용돌이에 당황하거나 압도당하지 말자이 위험을 극복하면 안전하다나머지 길은 내리막이기 때문이다


-독서-

p134~135

젊은 날의 귀중한 시간을 투자해 몇 단어라도 고대 언어를 배우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그 언어는 거리의 천박함에서 벗어나끊임없는 암시와 자극을 줄 것이다농부가 어쩌다 들은 라틴 어 몇 마디를 기억하고 암송하더라도 헛된 일은 아니다때로 사람들은 고전 연구가 결국에는 더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에 자리를 내줄 거라고 말한다그러나 모험심 강한 학생이라면어떤 언어로 쓰였건 그리고 얼마나 오래되었건 반드시 고전을 연구할 것이다고전이란 다름 아닌 인간의 가장 고귀한 생각을 기록한 것이 아닌가고전은 붕괴되지 않는 유일한 신탁이고그 안에는 델포이와 도도나의 신탁도 결코 제시하지 못할가장 현대적인 의문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고전 연구를 그만두자는 말은 자연이 오래되었으니 자연 연구를 그만두자는 말이나 다름없다독서를 제대로 하는 것다시 말해 참된 책을 참된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귀한 훈련이며독자에게는 이 시대의 풍조가 높이 평가하는 그 어떤 훈련보다 더욱 힘든 일이 될 것이다운동선수들이 하는 것과 같은 훈련즉 거의 평생토록 독서를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작가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책을 쓰는데 독자도 마찬가지 태도로 책을 읽어야 한다


p136

 연설가가 때로 토해 내는 열변이 제아무리 감동적이라고 해도가장 고귀한 문어(文語)는 대개 덧없는 구어(口語)보다 훨씬 멀고 높은 곳에 있다. 별들이 자리한 창공이 구름보다 높이 있듯이 말이다그곳에는 별이 있고별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글로 적힌 말은 우리의 일상 대화나 가벼운 숨결처럼 증발하지 않는다토론회에서 달변이라 불리는 것을 서재에서 살펴보면 대개 미사여구일 뿐이다연설가는 그 순간의 감흥에 젖어 눈앞에 보이는 군중즉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그러나 작가는 좀 더 차분한 생활이 있어야 글을 쓰며 연설가에게 영감이 될 사건이나 군중이 있다면 주의가 산만해질 것이다작가는 지적이고 건전한 인류즉 시대에 상관없이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p146

단체 행동은 우리의 제도에 깃든 정신과도 일치한다(...) 귀족 대신 보통 사람이 사는 고귀한 마을을 세우자필요하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강에 다리 하나를 덜 놓고대신 우리를 둘러싼 무지라는 더 캄캄한 심연 위에 무지개다리 하나라도 놓자.


-소리-

p147

어떤 방법이나 훈련도 늘 깨어 있으려는 태도를 대체하지 못한다제대로 고른 역사나 철학이나 시 강좌도매우 훌륭한 교우 관계나 칭찬할 만한 일과도보아야 할 것을 늘 눈여겨보는 훈련에 비하면 중요한 것이 아니다당신은 단순히 독자나 학생이 되겠는가아니면 관찰하는 사람이 되겠는가자신의 운명을 읽고 앞에 놓인 것을 바라보며 미래 속으로 꾸준히 걸어가라.


p148~149

내 하루하루는 이교도 신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일주일의 어느 요일이 아니었고, 시간 단위로 잘게 쪼개고 똑딱거리는 시계 소리에 마음 졸이며 보내는 날들도 아니었다. 나는 푸리 족 인디언처럼 살았다단 한 단어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나타내며어제를 뜻할 때는 뒤쪽을 가리키고 내일을 뜻할 때는 앞을현재 지나가는 날을 뜻할 때는 머리 위를 가리켜 그 차이를 표현한다. 같은 마을 주민들에게는 순전히 게으른 생활로 보였을 것이다그러나 새들과 꽃들이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했다면 내 삶에서 부족함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진실로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서 동기를 찾아야 한다. 자연의 하루는 아주 평온하여 사람의 나태함을 전혀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고독-

p176~180

사람들은 자주 나에게 말한다거기 있으니 분명 외롭겠군특히 비나 눈이 내리면 낮이나 밤이나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있고 싶을 거야.” 나는 그런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우리가 사는 이 지구 전체가 우주에 있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네저 별에 사는 사람들 중 가장 멀리 떨어진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저 별의 폭은 우리가 만든 기계로는 가늠할 수 없지 않나내가 왜 외로움을 느껴야 하나우리의 지구도 은하수에 있는 게 아닌가자네가 나에게 던진 이 질문은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닌 듯하네사람을 다른 사람들과 갈라놓고 외롭게 만드는 공간은 어떤 종류의 공간인가나는 두 사람이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도 서로에게 더 가까워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네우리는 무엇과 가장 가까이 살고 싶어 할까수많은 사람들 가까이는 분명 아닐 거야기차역이나 우체국술집마을 회관학교식료품점비컨 힐파이브포인츠처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아닐걸세이 문제에 관해서라면 우리가 온갖 경험으로 깨달은 바버드나무가 물가에 가까이 서서 물을 향해 뿌리를 뻗듯이 우리도 생명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는 원천과 가까이 살고 싶을걸세본성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현명한 사람이라면 바로 그곳에 지하 저장고를 팔 거야.” (...)

 죽은 사람이 깨어나거나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 시간과 장소는 하찮은 문제가 되어 버린다. 그런 일은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일어날 것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감각을 즐겁게 해 준다대개 우리는 핵심을 벗어난 일시적인 상황만을 기회로 삼는다사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산란하게 만드는 원인이다만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는 만물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 있다우리의 에서는 원대한 법칙들이 끊임없이 실행되고 있다. 우리의 에는 우리가 고용해서 유쾌한 말 상대로 삼은 일꾼이 아니라우리 자체를 일감으로 삼는 일꾼이 있다.

 천지의 오묘한 힘이 미치는 영향이 그 얼마나 광대하고 심오한가!

 우리는 그 힘을 포착하고자 하나보이지 않는다그 힘을 듣고자 하나들리지 않는다그것은 만물의 본질과 같아서 만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그 힘이 원인이 되어 온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고 성화하며예복을 갖춰 입고 조상들에게 제물과 공물을 바친다이는 오묘한 신들이 존재하는 바다이다그것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우리 위에도왼편에도오른편에도 있다사방에서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인간은 내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어떤 실험의 대상이다이런 상황에서 잡담이나 주고받는 대신자기 자신에게 격려가 되는 생각을 할 수는 없을까공자는 진심으로 이렇게 말한다덕은 버림받은 고아처럼 남겨지지 않는다반드시 이웃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색을 통해 우리는 건전한 의미에서 제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의식적인 정신 활동을 통해 우리는 행위와 그 결과에 초연할 수 있다그러면 좋건 나쁘건 모든 일은 급류처럼 우리 곁을 지나가 버린다우리는 자연에 온전히 몰입된 상태가 아니다나는 냇물에 떠내려가는 나무토막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인드라일 수도 있다나는 연극 공연에 감동받을지 모르나반면에 나와 훨씬 깊은 관계가 있을지 모르는 실제 사건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나는 나 자신을 인간적인 실체로만다시 말해 생각과 감정이 존재하는 무대로만 인식한다그리고 타인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에 대해서도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어떤 이중성을 느낀다아무리 강렬한 경험을 하더라도 나의 일부가아니 그보다는 나의 일부가 아니며 내 경험을 공유하지 않고 기록하기만 하는 관객이 있어 그 경험을 비판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그것은 라기보다는 타인이다인생이라는 연극ㅡ비극일 수도 있다.ㅡ이 끝나면 관객은 제 갈 길을 간다관객에게 그것은 그저 일종의 허구이며 상상에서 나온 작품에 불과하다이런 이중성 때문에 우리는 순식간에 딱한 이웃이나 친구가 되어 버리는지도 모른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는 편이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우리는 금세 지루하고 산만해진다나는 혼자 있는 것이 참 좋다고독만큼 붙임성 있는 벗을 본 적이 없다우리는 대개 방에 혼자 있을 때보다 밖으로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고독하다생각하거나 일할 때면 사람은 늘 혼자다그러니 그가 있고자 하는 곳에 있도록 내버려두자고독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거리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북새통 같은 케임브리지의 대학 기숙사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면 사막에 있는 수도승만큼이나 혼자인 것이다농부는 밭을 갈거나 나무를 베며 온종일을 들과 숲에서 혼자 일하더라도 거기 몰두해 있다면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어두워져 집에 돌아 오면 방에 홀로 앉아 마음껏 생각에 잠기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 기분 전환을 해야 한다고그것으로 혼자 지냈던 하루를 보상받는다고 생각한다때문에 농부는 학생이 어떻게 온밤과 낮 시간의 대부분을 집 안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권태와 우울을 느끼지 않는지 의아해한다그러나 농부는 학생이 집에 있되 실은 농부가 그러듯이 자기 나름의 밭에서 일을 하고 자기 나름의 숲에서 나무를 베는 것이며그런 다음에는 좀 더 간결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농부와 마찬가지로 휴식과 교제할 사람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손님들-

p199

사회 계층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평생 초라하고 무지하게 살아간다 하더라도 그중에는 늘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살되 모든 걸 다 아는 척하지는 않는 천재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그의 존재가 암시해 주었다그들은 거무스름하고 진흙투성이일지 몰라도 월든 호수만큼이나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인 것이다.


-콩밭-

p208

그러나 손으로 하는 노동은 제아무리 지루하게 진행되더라도 최악의 태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육체노동에는 영원불멸의 교훈이 담겨 있으므로 학자에게는 대단한 성과를 가져다준다


p217~218

왜 씨앗으로 쓸 콩만 걱정하고 새로운 세대의 인간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 ...

  그러나 인간이나 자연에 깃든 어떤 너그러움을 인식하며 순수하고 이타적인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은 우리에게 언제나 유익한 일이다특히 알지 못하는 이유로 마음이 괴로울 때우리의 뻣뻣한 관절을 풀어 주며 몸을 탄력 있고 유연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마을-

p226

인간은 눈을 감고 한 바퀴만 돌아도 이 세상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우리는 깨어날 때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길을 잃고 나서야다시 말해 세상을 잃고 나서야비로소 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무한한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호수들-

P254

호수 자체는 변함이 없다어린 시절 나의 눈이 바라보았던 그 물 그대로이다. 모든 변화는 내 속에서 일어났다.


-베이커농장-

P273

...나의 수호신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날마다 멀고 넓은 곳으로 낚시와 사냥을 나가라더 멀리더 넓은 곳으로그리고 개울가든 난롯가든 두려워하지 말고 편히 쉬어라젊은 날에 그대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동이 트기 전에 근심을 벗고 자유롭게 일어나 모험을 찾아 나서라한낮에는 여러 다른 호숫가를 찾아가고 밤에는 그 어디든 집으로 삼아라이보다 더 넓은 들판은 없고여기에서 즐기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놀이는 없다그대의 본성에 따라 저 사초와 고사리처럼 야생을 즐겨라그것들은 결코 영국식 건초가 되지는 않으리니천둥이 울리면 그대로 받아들여라천둥이 농부의 작물을 해치겠다고 위협한들 어쩌랴그것은 그대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수레와 오두막으로 피하더라도 그대는 구름 밑을 피난처로 삼아라밥벌이를 의무로 삼지 말고 즐거움으로 삼아라대지를 즐기되 소유하지 말라. 사람들은 진취성과 신념이 부족해 현재에 안주하며 물건을 사고팔며 농노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P274~275

우리는 먼 곳에서 집에 돌아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날마다 모험과 위험을 겪고 새로운 것을 발견해서 새로운 경험과 인식을 가지고 돌아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더 높은 법칙들-

P276~277

그러나 호숫가에 사는 동안 한두 번쯤굶어 죽을 듯한 사냥개처럼 묘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어떤 종류의 고기라도 찾아내서 먹으려고 숲을 헤맨 적이 있었다그런 고기를 한 입 먹더라도 전혀 야만적인 행위가 아닐 것 같았다설명하기 어렵지만그야말로 야생적인 광경에도 익숙해진 탓이었다그때나 지금이나 내 속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더 높은 삶이른바 정신적인 삶을 추구하는 본능과 더불어 더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삶을 추구하는 또 다른 본능이 존재한다그리고 나는 두 본능을 모두 존중한다나는 선량함 못지 않게 야성을 사랑한다.


P282~283

동년배인 많은 사람들처럼 나는 육류나 차커피 등을 오랫동안 먹지 않았다그런 음식이 어떤 식으로든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 아니라내 상상력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육류에 대한 거부감은 경험의 결과가 아니라 본능이다소박한 식사를 하며 검소하게 사는 것이 여러 면에서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비록 완벽히 그렇게 살지는 못했지만내 상상력을 만족시킬 만큼은 되었다. 나는 자신이 가진 한층 고귀한 능력이나 시적인 능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고자 진지하게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특히 육류를 삼가고 음식의 종류에 상관없이 과식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믿는다내가 커비와 스펜스의 책에서 발견한 곤충학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어떤 곤충들은 성충이 되고나면 섭식 기관을 갖추고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하는데이는 중요한 사실이다또 그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이 상태에 이른 거의 모든 곤충은 유충 상태일 때보다 음식을 훨씬 적게 먹는다게걸스럽던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고, ...... 탐욕스럽던 구더기가 파리가 되고 나면한두 방울의 꿀이나 다른 단물로 만족한다고 밝힌다.   


p284~285

인간은 다른 동물을 먹이로 먹으며 살 수 있고 상당 부분은 그렇게 살고 있다그러나 덫을 놓아 토끼를 잡거나 어린 양을 도살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것은 비참한 생활 방식이다인류에게 좀 더 순수하고 건강한 음식만 먹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면 인류의 은인으로 여겨질 것이다. 내 자신의 식습관이 어떻든지인류가 점차 발전해 가면서 육식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 인류의 운명 중 일부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그것은 야만족이 좀 더 문명화된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서로를 잡아먹던 행위를 그만둔 것만큼이나 확실하다.

 무척 희미하지만 끊임없이 속삭이는 수호신의 제안틀림없이 진실한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그것이 우리를 어떤 극단으로심지어는 광기로 이끌어 가지 않을까 의심스럽겠지만의지와 신념이 점점 강해지면 그것이 자신이 걸어야 할 길임을 알게 된다한 건강한 사람이 느끼는 희미하지만 확실한 반발심이 결국에는 인류의 주장과 관습을 압도할 것이다그 결과로 육신이 쇠약해졌다고 해도이것이야말로 더 고귀한 원리에 부합하는 삶이므로 누구도 그 결과가 후회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낮과 밤을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다면삶이 꽃이나 향긋한 풀처럼 향기를 내뿜고 한층 유연해지며 더욱 별처럼 빛나며 더욱 영원에 가까워진다면 그것이 우리에게는 성공이다. 모든 자연이 우리에게 축하를 전할 것이며 우리는 시시각각 자기 자신을 축복할 이유를 얻게 된다최고의 이익과 가치는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익과 가치가 존재하는지 쉽게 의심하고금세 잊어버린다하지만 그것들은 가장 높은 곳에 실재한다어쩌면 가장 놀랍고 가장 진실한 사람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내가 매일의 삶에서 거두는 진정한 수확은 아침이나 저녁의 어슴푸레한 빛처럼 만질 수도표현할 수도 없는 것이다그것은 손에 잡힌 약간의 별 먼지이며내가 움켜진 무지개 조각이다.

... 나는 언제나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싶다. 취하려고 한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나는 물이야말로 현명한 사람이 마시는 유일한 음료라고 믿는다. ... 음악조차 사람을 취하게 할 수 있다. ... 이왕 취해야 한다면무엇보다 자신이 숨 쉬는 공기에 취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내가 장시간 지속되는 거친 노동을 반대하는 가장 중대한 이유는 그런 노동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그만큼 거칠게 먹고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p286~287

 가끔 식욕과 아무 상관없이 먹은 음식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을 느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 증자는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자는 보아도 보지 못하고들어도 듣지 못하며먹어도 음식의 맛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먹는 음식의 참맛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폭식하지 않지만그 맛을 모르는 사람은 폭식하게 된다. ...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그것을 먹을 때의 식탐이 사람을 더럽힌다문제는 음식의 양이나 질이 아니라감각적인 맛에 대한 탐닉이다. ...

 우리의 인생은 놀라울 만큼 도덕적이다미덕과 악덕 사이에는 한순간의 휴전도 없다선이야말로 결코 실패하지 않을 투자다세상 곳곳에 울려 퍼지는 하프 선율 속에 우리를 전율시키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렇게 선을 고집하는 태도. ... 젊은이는 결국 그 선율에 무관심해지지만주의 법칙은 무관심해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가장 민감한 사람의 편에 선다산들바람 속에는 반드시 어떤 질책이 실려 오므로 귀를 기울이자.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 지겨운 소음들도 멀리 떨어져서 들으면 우리의 천박한 생활을 당당하고 감미롭게 풍자하는 음악처럼 들린다.


p288

베다는 우리의 마음이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욕망을 자제하고 몸의 외적인 감각을 억제하며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선언한다정신은 잠시나마 몸의 모든 부분과 기능에 스며들어서 장악하고가장 천박한 관능을 순수함과 헌신으로 변형시킨다생식력은 우리가 문란할 때는 헛되이 쓰이며 우리를 불순하게 만들지만우리가 절제할 때는 활력과 영감을 준다순결은 인간을 꽃피운다. 그리고 이른바 천재성영웅적 자질신성함 등은 순결이라는 꽃이 맺은 다양한 열매일 뿐이다순결이라는 수로가 열리면 인간은 즉시 신에게 흘러간다


p291~292

인도의 법전 제정자는 어떤 것도 사소하게 다루지 않았다그는 먹는 법과 마시는 법함께 사는 법대소변 누는 법 등을 가르치며 천한 것을 드높였고거짓으로 이런 것을 사소하게 취급하며 발뺌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은 육체라는 신전의 건축가이다이 신전은 각자가 숭배하는 신을 위해 순전히 나름의 양식에 따라 지어야 한다. ...

 9월의 어느 저녘에존 파머는 힘든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집문간에 앉아 있었다그의 마음은 얼마간 자신이 했던 일에 머물러 있었다목욕은 이미 했으므로 자신의 지적인 내면을 되살려 보고자 그렇게 앉아 있었다다소 쌀쌀한 저녁이었고어떤 이웃들은 서리를 걱정하고 있었다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따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누군가 연주하는 플루트 소리가 들려왔고 그 선율은 그의 기분과 썩 잘 어울렸다그래도 그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그 무거운 생각에 짓눌리고또 계속 그 생각에 매달리며 의지와는 다르게 계획을 세우고 이런저런 궁리를 해 보았지만 그 일이 도무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끝없이 벗겨지는 피부의 각질에 불과했다그러나 플루트의 선율은 그의 일이 속한 곳과는 다른 영역에서 그의 귀에 간절하게 들려왔고 그의 내면에 잠든 여러 기능에게 할 일이 있음을 일러 주었다그 플루트 소리에 그가 사는 거리와 마을나라가 조용히 사라졌다어떤 목소리가 그에게 말했다영광스러운 삶을 살 수 있건만왜 여기 머물러 이토록 천하고 악착스러운 삶을 살고 있느냐저 별들은 이곳이 아닌 다른 들판에서도 똑같이 반짝이거늘.” 그러나 어떻게 이 상황에서 벗어나 정말 그곳으로 갈 수 있을까그가 찾을 수 있는 방법은 그저 검소한 생활을 새롭게 실천하고 정신을 육체 속으로 내려보내 육체를 구원시키며자기 자신을 점점 커져 가는 존경심으로 대하자는 것뿐이었다


-난방-

 영국의 저술가 길핀은 영국의 숲 경계에 사는 사람들을 묘사하며 이렇게 말한다무단 침입자들이 숲의 경계에 짓는 집과 울타리는” 짐승들을 놀라게 하고 숲을 해칠 위험이 있어 옛 삼법에서는 심각한 불법 행위로 간주되었고 공유지 침해라는 죄목으로 엄한 처벌을 받았다그러나 나는 사슴과 사슴이 숨는 푸른 숲을 보존하는 데 사냥꾼이나 나무꾼 이상으로 관심이 많다삼림 감독관이나 다름없이 말이다비록 나는 실수로 숲에 불을 낸 적이 있기는 하지만어디든 숲의 일부가 불에 타면 나는 숲의 주인보다 더 오래 슬퍼하며 더 큰 비탄에 빠졌다아니나는 숲의 주인이라는 이들이 나무를 베어 낼 때도 슬픔을 참지 못했다이 나라의 농부들이 숲을 베어 낼 때고대 로마 인들이 신성한 숲[lucum conlucare]에 빛이 들도록 나무들을 베어 내며 품었던 그런 경외감을 가지기를 바란다로마 인들은 숲이 어느 신에게 바쳐진 것이라고 믿었다그들은 속죄 제물을 바치며 기도했다이 숲을 받은 남신혹은 여신이시여 저와 제 처자식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p332

동물들은 비바람을 막아 주는 장소에 잠자리만 마련하고제 몸으로 그것을 덥힌다그러나 불을 발견한 인간은 널찍한 방에 공기를 가두고체온을 빼앗기는 대신 그 공기를 데워 침대로 삼는다. 그곳에서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고 돌아다니며 한겨울에도 여름 같은 기온을 유지할 수 있다그리고 창문이 있어 햇빛까지 들어오며 램프가 있어 낮을 연장할 수 있다이런 식으로 인간은 본능보다 한두 발 앞서 걸으며 예술에 쏟을 약간의 시간을 마련한다사납기 짝이 없는 바람에 장시간 시달리느라 온몸이 무감각해졌을 때집 안의 온화한 공기 속으로 들어오면 나는 금세 몸의 기능을 회복하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점에 있어서는 제아무리 호화로운 집에 사는 사람들도 자랑할 점이 거의 없으며우리는 인류가 결국 어떻게 멸망할 것인지 골치 아프게 추측할 필요도 없다좀 더 매서운 북풍이 불어오기만 해도 생명의 실은 쉽게 끊어질 테니 말이다우리는 종종 혹독히 추웠던 금요일이나 대폭설이 덮친 날을 겪고도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조금 더 혹독한 금요일이나 조금 더 큰 폭설이 내리면 지상에서 인간의 존재는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전에 살던 이들과 겨울 손님들-

p351

적당한 간격으로 어김없이 웃음의 예포가 터졌는데좀 전에 했던 말 때문이기도 했고 앞으로 나올 농담 때문이기도 했다우리는 묽은 귀리죽 한 그릇을 나눠 먹으며 인생에 대한 최신이론을 수없이 만들어 냈다철학이 요구하는 명석한 두뇌에 유쾌함이라는 이점을 결합한 이론들이었다.


p352~353

그 얼마나 눈이 멀었기에 평온을 보지 못하는가!

...

그는 인류의 참된 친구이며인류 발전에 대한 거의 유일한 지지자이다묘지기 노인아니 그보다는 불멸의 존재라고 할 만하다그는 불굴의 인내심과 신념으로사람의 몸에 새겨진 형상이 손상되고 기울어진 기념비일지라도 신의 형상임을 밝히 드러내려고 애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그는 친절한 지성으로 아이들과 거지미친 사람과 학자들을 모두 포용하며 모든 사상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대개 넓이와 정밀함까지 더한다나는 그가 세계의 큰길에서 모든 나라의 철학자들이 묵을 수 있는 커다란 여관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간판에는 사람은 환영동반 짐승은 사절느긋하고 평온한 마음을 지닌 이들올바른 길을 진심으로 찾는 이들은 들어오시오.라고 써 붙여야 한다. ... 아마 그는 내가 아는 이들 중 정신이 가장 온전한 사람이며 변덕이 가장 적은 사람으로어제나 내일이나 한결 같을 것이다오래전 우리는 함께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치 속세를 완전히 벗어난 것만 같았다그는 어떤 제도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인즉 인게누스였기 때문이다우리가 어느 쪽으로 걸음을 돌리든마치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난 것처럼 보였다그가 풍경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 주었기 때문이다푸른 옷을 입은 그 사람에게는 그의 평온함을 반영하는 둥근 하늘이야 말로 가장 어울리는 지붕이다나는 그가 죽으리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자연이 그의 부재를 견딜 수 없을 것이므로


p354

은둔자와 철학자 그리고 내가 말했던 오랜 개척자우리 셋은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가! 그 이야기가 부풀어 올라 내 작은 집이 삐걱거릴 정도였다지름이 2센티미터 정도인 원 하나마다 기압 외에 몇 파운드의 압력이 가해졌는지 감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판자 틈새가 얼마나 벌어졌던지 그 후에 새는 것을 막기 위해 틈새를 몹시도 지루하게 메워야 했다그러나 나에게 그런 틈새를 메울 뱃밥은 이미 넉넉했다.

 ...

어디에서나 그랬듯이 숲 속에서도 나는 결코 오지 않을 손님을 기다리곤 했다힌두교 경전 중 하나인 비슈누 푸라나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집주인은 저녁 무렵이면 마당에서 소 한 마리의 젖을 짜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혹 괜찮다면 그보다 오랜 시간 동안 손님이 도착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나는 이런 손님 접대의 의무를 자주 수행했고소 떼 전체의 젖을 짤 수도 있을 만큼 오래도록 손님을 기다렸으나 마을에서 다가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겨울호수-

p370

자연은 어떤 질문도 하지 않고 우리 인간이 묻는 질문에 답하지도 않는다. 오래 전에 그렇게 하기로 굳게 결심한 것이다왕이시여우리의 눈은 이 우주의 놀랍고 다양한 광경을 바라보고 탄복하며 영혼에게 전합니다밤은 분명 이 영광스러운 피조물의 일부를 베일로 가리지만낮이 찾아오면 지상에서부터 드넓은 창공까지 뻗어 나간 이 위대한 작품을 우리에게 드러냅니다.


P372

도시인이 인공적인 분야에서 박식하다면 이들은 자연이라는 분야에서 박식하다이들은 결코 책을 참고하지 않으며자신이 아는 것과 말해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일을 해 왔다이들이 하는 일들은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p375

모든 호수가 얕다면 어떻게 될까인간의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이 호수가 깊고 맑아 하나의 상징이 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맙다인간이 무한을 믿는 한바닥이 없다고 여겨지는 호수들이 존재할 것이다


p377

탁 트인 수많은 골짜기와 거기에서 뻗어 나온 옥수수밭들이 바로 물이 빠진 그 무시무시한 협곡이거늘아무 거도 모르는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납득시키려면 지질학자의 통찰력과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다탐구심이 왕성한 사람이라면 종종 지평선의 야트막한 언덕들이 원시 시대의 호숫가였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원시 시대 이후에 평원이 융기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과거사는 얼마든지 감춰질 수 있었다그러나 도로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소나기가 내린 뒤에 물웅덩이를 살펴보면 움푹 팬 땅을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간단히 말해상상력은 조금만 틈을 주면 자연보다 더 깊이 잠수하고 더 높이 날아오른다그러니 바다의 수심도 그 넓이에 비하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p381

우리가 자연의 법칙을 모두 안다면한 가지 사실이나 실제 일어난 자연 현상 하나에 대한 기록만 있어도 그 시점에 일어난 상세한 결과를 모두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우리가 아는 자연 법칙은 몇 가지뿐이므로우리가 내리는 결론은 무효가 된다물론 이는 자연에 혼란스럽거나 변칙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계산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우리가 모르기 때문이다법칙과 조화에 대한 우리의 개념은 대개 우리가 파악해 낸 사례에 한정된다그러나 우리가 간파하지 못한 법칙들즉 겉보기에는 모순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일치하는 수많은 법칙들이 훨씬 경이롭게 조화를 이룬다각각의 법칙은 우리의 관점에 따라 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나그네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산의 윤곽이 달리 보이듯이자연의 법칙은 절대적인 하나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에게 보여 주는 모습은 무한하다산을 쪼개거나 구멍을 뚫더라도 산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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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3

하루는 1년의 축소판이다밤은 겨울이고 아침과 저녁은 봄과 가을이며정오는 여름이다


p410~412

보슬비가 한 번만 내려도 풀은 몇 배나 더 푸르러진다. 마찬가지로 더 훌륭한 생각이 밀려들면 우리의 장래도 더 밝아진다우리가 언제나 현재를 산다면 그리고 이슬이 살짝만 내려도 그 영향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풀잎처럼 우리가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선용한다면그래서 과거에 찾아왔던 기회를 박대한 행동에 대해 속죄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면ㅡ이런일을 하면서 우리는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ㅡ우리는 복된 사람이다봄은 이미 왔는데 우리는 겨울 속에서 늑장을 부린다기분 좋은 봄날 아침모든 인간의 죄는 용서받는다그런 날은 악덕과 휴전하는 날이다그런 태양이 타오르는 동안에는 제아무리 야비한 죄인도 돌아올 수 있다우리가 자신의 순수함을 회복한다면 이웃들의 순수함을 알아보게 될 것이다. ... 태양이 밝고 따뜻하게 빛나며 세상을 재창조하는 이 첫봄 날 아침우리는 평온한 어느 일터에서 그 이웃을 만나 그의 지치고 타락한 혈관이 잔잔한 기쁨으로 부풀어 올라 새날을 축복하며 어린아이의 순수함으로 봄기운을 느끼는 모습을 본다그러면 우리는 그의 모든 잘못을 잊고 마는 것이다그의 주변에서는 선의 분위기가 느껴질 뿐 아니라마치 갓 태어난 본능인 듯 표현할 길을 맹목적이고 무력하게 찾아 헤매는 신성의 기미마저 감돈다그래서 잠시 동안 남쪽 산비탈에서는 그 어떤 저속한 농담도 울려 퍼지지 않는다그의 쭈글쭈글한 얼굴에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새싹이 돋아나새파랗게 어린 식물처럼 부드럽고 싱싱한 모습으로 새로운 해의 삶을 시작해 보려는 기운이 엿보인다

 ...

평온하고 자비로운 아침 숨결 속에서 매일 싹트는 선으로 되돌아가면우리는 미덕을 사랑하고 악덕을 미워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본성에 좀 더 다가가게 된다벌목된 숲에서 새싹이 돋는 것과 같다마찬가지로 사람이 낮 시간 동안 악행을 저지르면다시 돋아나기 시작한 미덕이라는 새싹은 자라지 못하고 죽어 버린다.

이와 같이 미덕의 싹이 수차례 방해를 받아 자라지 못하면자비로운 저녁의 숨결도 그 싹을 보존하기에 역부족이다저녁의 숨결이 더는 싹을 보존할 수 없게 되면 곧바로 인간의 본성은 짐승의 본성과 다름없게 된다사람들은 그의 본성이 짐승의 본성과도 같은 것을 보고 그가 애초에 선천적인 이성 능력을 소유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진정한 천성이겠는가?


 황금시대가 처음 도래했으니 보복하는 이는 없었고

 자연스레 법이 없어도 충의와 공정을 중요하게 지켰다.

 형벌과 두려움이 없었고 벽에 걸린 놋쇠 판에

 위협적인 말이 새겨져 있지도 않았다탄원하는 군중이

 판관의 말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보복할 이 없어 안전했다.

 산에서 베인 소나무가 맑은 파도 위로 굴러떨어져

 낯선 세상을 볼 일도 아직은 없었다.

 그리고 인간들은 자신들의 해안 외에는 어떤 해안도 알지 못했다.

 [중략]

 언제나 봄이었고 평온한 미풍이 따스하게 불어와

 씨 없이 태어난 꽃들을 달래 주었다.


p414

어떤 이들의 생각처럼 죽은 사람들이 무덤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라면그 죽은 이들마저 깨울 만큼 순수하고 밝은 햇빛이 야생의 강이 흐르는 계곡과 숲에 담뿍 내리쬐는 봄날 아침이었다. 불멸을 이보다 더 강력하게 증명해 줄 근거는 필요치 않으리라만물은 그런 빛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죽음이여너의 독침은 어디로 갔느냐무덤이여그러면 너의 승리는 어디로 갔느냐?


p415

우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과 우리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곳에서 어떤 생명이 자유롭게 풀을 뜯는 광경을 목격해야 한다죽은 동물의 썩은 고기를 보면 역겹고 기분이 나쁘지만독수리가 그 고기를 먹으며 건강과 힘을 얻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기운이 난다. ... 자연의 생명력으로 가득한 덕분에 무수한 생명이 희생되거나 서로 먹고 먹히며 괴로워하더라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다. ...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이유는 거의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현명한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보편적인 결백을 깨닫는다독은 결국 유해한 것이 아니며어떤 상처도 치명적이지 않다연민을 근거로 내세워도 옹호받을 수 없다연민은 분명 순간적인 감정이다연민에 근거해 호소하는 행위가 고착화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맺는말-

p418

 그대의 눈을 내면으로 돌려라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천 개의 지역이 보이리라.

 그곳을 여행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의 전문가가 되어라. 


p420

 그들이 여기저기 떠돌며 이국의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을 살펴보도록 내버려 두라.

 나는 신을 더 많이 알고그들은 길을 더 많이 안다.


p421~422

미라보 백작은 사회의 가장 신성한 법률에 정식으로 저항하려면 어느 정도의 결의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싶어서” 노상강도질을 했다고 한다그는 대열을 지어 싸우는 병사에게 필요한 용기는 노상강도에게 필요한 용기의 반도 되지 않는다.라고 단언했고 숙고 끝에 단호히 결정을 내릴 때 명예와 종교가 방해된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세속적인 관점에서 이는 남자다운 행동이었으나 내가 보기에는 자포자기한 게 아니라면 무익한 짓이었다좀 더 분별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신성한 법률에 따르는 과정에서 사회의 가장 신성한 법률로 여겨지는 것에 정식으로 저항하게 되는 때가 종종 있었을 것이며따라서 탈선행위를 하지 않고도 자신의 결의를 시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사람이 할 일은 이렇게 저항하는 태도로 사회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자기 존재의 법칙을 따르는 과정에서 갖추게 된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공정한 정부ㅡ혹 그런 정부를 만나게 된다면 말이지만ㅡ에 저항하는 그러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p423

 실험 결과 나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자신의 꿈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며자신이 꿈꿔 온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평소에 예상치 못했던 성공과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이다그런 사람은 어떤 것들을 뒤로 하고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을 것이다그러면 새롭고 보편적이며 한층 자유로운 법칙이 그의 주변과 내면에 확립되기 시작할 것이다혹은 낡은 법칙들이 확장되고좀 더 자유로운 의미에서 그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 한층 숭고한 존재 법칙을 허용받아 그 법칙에 따라 살게 될 것이다그가 소박하게 살아갈수록 우주의 법칙도 그만큼 단순해질 것이며이제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가난이 아니며 약함도 약함이 아닐 것이다공중에 성채를 지었더라도 반드시 무너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그곳이 그 성채가 있어야 할 자리다그러니 그 밑에 토대를 세우자.

p424

미래나 가능성을 고려할 때우리는 앞에 선을 긋지 말고 느슨한 태도로앞에 펼쳐진 윤곽을 희미하고 흐릿하게 남겨 두며 살아야 한다우리의 그림자가 태양을 향해 보이지 않는 땀을 발산하듯이 말이다. 우리의 언어에 담긴 증발하기 쉬운 진실은 뒤에 남은 표현의 결점을 끝없이 폭로해야 한다


p425

월든 호수의 푸른색 얼음은 순수함의 증거인데남부의 고객들은 그 색깔이 마치 탁하다는 듯이 싫어하며 케임브리지의 얼음을 선호한다그러나 케임브리지의 얼음은 흰색이지만 풀 맛이 난다사람들이 좋아하는 순수함이란 지구를 감싼 안개 같은 것이지그 너머에 있는 하늘색 창공 같은 것이 아니다


p426~433

 쿠루라는 도시에 완벽함을 얻고자 노력하는 예술가가 있었다어느 날그의 머릿속에 지팡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불완전한 작품에는 시간이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완벽한 작품에는 시간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그는 설혹 평생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모든 면에서 완벽한 지팡이를 만들기로 다짐했다그는 부적절한 재료로는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즉시 나무를 구하러 숲으로 갔다그가 나뭇가지를 찾으며 퇴짜를 놓는 동안 친구들은 서서히 그를 떠나갔다그들은 일을 하다가 나이를 먹어 죽었지만 그는 조금도 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굳은 의지로 한 가지 목표에 골몰하며 더욱 경건해졌기에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원한 젊음을 얻게 된 것이었다그는 시간과 타협하지 않았으므로 시간은 그를 피해 갔고 그를 정복하지 못해 멀리에서 한숨만 내쉬었다그가 모든 면에서 적합한 나무를 찾아내기도 전에 쿠루 시는 고색창연한 폐허가 되었고그는 그 폐허 더미 중 한 곳에 앉아 나뭇가지의 껍질을 벗겼다그가 나뭇가지를 제대로 된 지팡이 모양으로 만들기도 전에 칸다하르 왕조가 막을 내렸고그는 지팡이 끝으로 모래 위에 그 왕조의 마지막 왕의 이름을 쓴 다음 다시 일에 몰두했다그가 지팡이를 다듬고 윤을 낼 무렵에는 칼파마저 더는 북극성과도 같은 지표가 아니었다그리고 그가 지팡이 끝에 쇠 덮개를 끼우고 지팡이의 머리를 보석으로 장식하기도 전에브라마는 깨어났다 잠들기를 수없이 반복했다그러나 나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그가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손질하고 나자지팡이는 이 예술가의 눈앞에서 갑자기 커지더니 브라마의 모든 창조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변해 그에게 놀라움을 주었다그는 지팡이를 만들며 새로운 체계완벽하고 아름다운 비율을 갖춘 세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옛 도시들과 왕조들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더 아름답고 더 영광스러운 도시와 왕조가 대신 들어선 세계였다그리고 이제 그는 발치에 수북이 쌓인 나무 부스러기가 아직도 썩지 않은 채 생생한 것을 보고자신과 자신의 작품에 있어 옛 세상에서 흐른 시간은 하나의 환상이었으며브라마의 뇌에서 튄 불똥 하나가 인간의 뇌라는 불쏘시개에 떨어져 불을 붙이는 데 필요한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재료가 순수했고 그의 예술도 순수했다그러니 그 결과가 어찌 경이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물질에 어떤 겉모습을 부여하든그것은 결국에는 진실만큼 우리에게 유익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진실만이 오래 살아남는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지금 처한 그 상황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자리에 선다천성이 허약한 우리는 어떤 상황을 가정하고 우리를 그 속에 집어넣는다이런 이유로 우리는 한 번에 두 가지 상황에 놓이게 되므로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도 두 배로 어렵다분별력이 있을 때는 사실만을즉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의무감으로 말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하라어떤 진실도 거짓보다는 낫다. 땜장이 톰 하이드는 교수대에 섰을 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재단사들에게 첫 땀을 뜨기 전에 반드시 실을 매듭지으라고 전해 주시오.라고 말했다그의 동료가 드린 기도가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자신의 삶이 아무리 초라하더라도 당당히 받아들이며 살아내도록 하자삶을 회피하거나 삶을 욕하지 말자삶은 우리 자신만큼 나쁘지는 않다. 트집 잡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천국에서도 트집을 찾을 것이다가난하면 가난한 그대로 삶을 사랑하라구빈원에서도 즐겁고 짜릿하고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다저무는 해는 부자의 저택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노인들을 돌보는 양로원의 창에도 밝은 빛을 비춘다이른 봄이면 양로원 문 앞에서도 눈이 녹는다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그런 곳에서도 궁전에서 사는 듯이 만족스럽게 지내며 유쾌한 생각을 즐길 것이다나는 때로 우리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그들이 의심 없이 도움을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넓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을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부정한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그 편이 더욱 수치스러운 일이다뜰에서 샐비어 같은 약초를 가꾸듯이 가난을 가꾸자옷이든 친구든 새 것을 얻으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말자낡은 옷은 뒤집어 입고 옛 친구를 다시 찾아가면 될 일이다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변하는 것은 우리다옷을 팔아 버리고 생각은 그대로 간직하자. 우리에게 사람들과의 교제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신은 아실 것이다며칠 동안 다락방 구석에 거미처럼 틀어박혀 있더라도 생각을 간직하고 있다면 세상은 나에게 변함없이 넓어 보일 것이다어느 철학자는 말했다삼군(三軍)으로부터 장수를 빼앗아 혼란을 야기할 수는 있을지언정제아무리 비루한 자라 하더라도 그에게서 생각을 빼앗을 수는 없다.” 자신을 개발할 방법을 찾느라 전전긍긍하다가 수많은 영향력에 휘둘리며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모두 낭비일 뿐이다겸손은 어둠처럼 하늘의 빛을 드러낸다. 가난과 비천의 그림자가 우리 주변에 모여들면 보라만물이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크로이소스 왕의 재산이 우리에게 주어지더라도우리의 목적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수단도 본질적으로는 같을 것임을 우리는 자주 되새기게 된다게다가 가난 때문에 활동 범위에 제약이 생긴다면예를 들어 책과 신문을 사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가장 의미 있고 필수적인 경험에만 집중하게 된다어쩔 수 없이 당분과 전분이 가장 많이 든 재료만 취급하게 된다뼈와 가까운 살코기가 맛있듯이빈곤한 삶이 가장 달콤한 법이다. 그만큼 우리는 빈둥거리지 못하도록 보호 받는 셈이다높은 차원에서 아량을 베풀었다면 낮은 차원에서 손해 볼 일은 없다쓸데없이 많은 돈으로는 쓸모없는 것들만 살 수 있을 따름이다돈으로는 영혼의 필수품을 단 한 가지라도 살 수 없다

 ...

 나는 거창하게 행렬 지어 걷는 것보다는 할 수 있다면 우주의 건축가와 함께 거닐고 싶다불안하고 초조하며 부산스럽고 보잘것없는 이 19세기 속에서 살기보다는 이 시대가 지나가는 동안 서거나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고 싶다. ... 나는 무게를 달고 결과가 나오면 가장 강력하고 정당하게 마음을 끄는 것에 자연스럽게 이끌려 가고 싶다저울대에 매달려 무게가 덜 나가도록 애쓰고 싶지는 않다어떤 상황을 가정하지 않고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내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어떤 힘도 가로막을 수 없는 그런 길을 가고 싶다. 견고한 토대를 놓기도 전에 아치부터 쌓아 올리는 행동은 나에게 아무런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살얼음판 위에서 놀지는 말자단단한 바닥은 어디에나 있다. 한 나그네가 소년에게 앞에 있는 늪의 바닥이 단단한지 물었다는 이야기를 다들 읽은 적이 있을 것이다소년은 바닥이 단단하다고 대답했다그러나 나그네의 말은 이내 뱃대끈까지 늪에 잠겼고 나그네는 소년에게 말했다이 늪의 바닥이 단단하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소년이 대답했다맞아요하지만 단단한 바닥이 있는 곳까지 아직 절반도 가지 않으셨잖아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늪과 유사(流沙)도 마찬가지다그러나 그 사실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드문 경우지만 생각은 말이나 행동과 일치해야만 쓸모가 있다. ... 우리가 박은 못 하나하나는 우주라는 기계에 박힌 또 하나의 대갈못이 되어야 하며우리는 계속 그 일을 해 나가야 한다.

 나에게 사랑보다돈보다명예보다진실을 달라


p436

영국인이건 미국인이건 평범한 이들이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되리라고는 말하지 않겠다그러나 이것이야말로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밝아 오는 것이 아닌새날의 특징이다눈을 멀게 하는 빛은 곧 어둠이다새날은 우리가 깨어 있을 때에만 밝아 온다밝아 올 새날이 아직 남아 있다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 불복종 Civil Disobedience>

p446

우리는 대중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습관처럼 말한다그러나 개선이 더디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소수가 그런 다수보다 실질적으로 더 현명하지도더 선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수가 나 자신만큼 선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딘가에 몇 사람이라도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그들이 반죽 덩어리 전체를 발효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p457

세금 징수원이나 여타 다른 공무원이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그랬듯이 하지만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이것이다진심으로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면공직에서 물러나십시오.” 국민이 충성을 바치기를 거부하고 공무원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혁명은 완성된다그러나 피를 흘려야 할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양심에 상처가 나도 일종의 피가 흐르지 않는가이 상처를 통해 사람의 진정한 인간다움과 불멸성이 흘러 나가며그는 피를 흘리다 영원한 죽음에 이른다나는 지금 그 피가 흐르는 광경을 보고 있다.


p458

돈이 제기하는 새로운 질문이라고는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하는 까다롭지만 불필요한 질문뿐이다이렇게 부자의 도덕적 기반은 발밑에서 무너진다소위 삶의 수단이라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삶의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사람이 부자가 되었을 때 교양을 기르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행동은 가난한 시절에 품었던 계획들을 실천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헤롯당에게 그들의 처지에 걸맞은 대답을 들려주었다세금으로 바치는 돈을 나에게 보여 달라. 어떤 사람이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냈다너희가 카이사르의 모습이 새겨졌고 그가 통용 가치가 있도록 만든 돈을 쓰고자 한다면다시 말해 너희가 정부의 사람들이라면 카이사르 정부가 주는 혜택을 즐겁게 누리고 그가 요구하는 그의 소유 중 일부를 되돌려 주어라따라서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쳐라.” 그러나 헤롯당은 어느 쪽이 누구 것인지를 전보다 더 슬기롭게 파악하게 되지는 않았다알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자해설-

p477

1817년 7월 12일에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태어나 45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소로의 삶은 대부분 콩코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보스턴 근교에 위치한 콩코드는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갖춘 곳으로랠프 월도 에머슨을 중심으로한 초월주의자들의 근거지였다소로를 비롯해 너새니얼 호손마거릿 플러엘리자베스 피바디브론슨 올컷윌리엄 엘러리 채닝 등이 이 무리에 속했는데산업화의 부작용인 물질주의와 합리주의를 초월해 개인의 영적 상태에 집중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초월주의자라고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