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다 히로시 - 최초의 질문

Posted by 히키신
2017. 7. 10. 16:36 Poetry#1

오늘 당신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는가?
하늘은 멀었는가, 가까웠는가?
구름은 어떤 형상을 하고 있었는가?
바람은 어떤 냄새가 났는가?
당신에게 있어 좋은 하루란 어떤 날인가?
고맙다는 말을 오늘 했는가?

창문 너머, 길 저편에 무엇이 보이는가?
빗방울을 한껏 모은 거미줄을 본 일이 있는가?
떡갈나무 아래나 혹은 느티나무 아래 멈춰 선 적이 있는가?
가로수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
나무를 친구라고 생각한 일이 있는가?

최근에 강을 바라본 것은 언제인가?
모래 위에 앉아 본 것은, 풀밭에 앉아 본 것은?
‘아름답다’고 당신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좋아하는 꽃 일곱 가지를 말할 수 있는가?
당신에게 있어서 ‘우리’란 누구인가?

동틀 무렵 새가 여기저기서 우는 것을 들은 일이 있는가?
천천히 저물어 가는 서쪽 하늘에 소원을 빈 적이 있는가?
몇 살 때의 자신이 좋은가?
훌륭하게 나이를 먹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세상이라는 말에 맨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무엇인가?

지금 당신이 있는 장소에서 귀를 기울이면 무엇이 들리는가?
침묵은 어떤 소리가 나는가?
가만히 눈을 감으면 무엇이 보이는가?
물음과 대답 중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쪽인가?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있는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인생의 재료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당신에게 있어, 혹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당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행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세상은 말을 가볍게 여긴다.
당신은 말을 믿는가?

- 오사다 히로시 <최초의 질문> (류시화 옮김)


좋아하는 노래처럼 시는 몇 번이라도 다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일어난다. 직접적으로 마음에 사무쳐 오는,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시는 더욱 그렇다. 마치 친한 사람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한 사람의 하루하루를 깊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말을 적게 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이지,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는가가 아니다.’라고 한 이 시인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후쿠시마 현 출신 오사다 히로시(1939~2015)는 시인이면서 아동문학가, 번역가, 수필가이기도 했다. 2년 전 담도암으로 사망했는데, 죽기 전날까지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 노련한 철학자 같은 면모와 천진난만한 소년의 일면을 가진 작가였다. 그가 쓴 산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린 시절 곧잘 나무 밑동 어두운 곳에서 곧 태어나려고 하는 매미를 보러 가곤 했다. 숨을 죽이고 매미의 탄생을 보고 있었다. 나도 어둠 속에서 그렇게 태어난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을 구분 짓는 것은 단 하나, 그가 무엇을 아름답게 여기는가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상의 바쁨에 매몰되어 우리는 감성과 사고를 잃고 살아간다. 눈으로 보고 있고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의식도 못하고 지나가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늘을 쳐다보는 것, 바람을 느끼는 것, 빗방울 가득한 거미줄에 시선을 얹는 것. 자세히 보면 이 세계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하다. 외롭고 힘들 때 심호흡을 하게 하는 이런 시는 좋은 치유제이다.

왜 ‘최초의’ 질문이라고 했을까? 근원적인 질문이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인생의 중요한 질문은 모두 ‘첫 번째’ 질문이기 때문일까?

시 <멈춰 서다>에서 오사다 히로시는 쓴다.

멈춰 서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장소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最初の質問

今日あなたは空を見上げましたか。
空は遠かったですか、近かったですか。
雲はどんな形をしていましたか。
風はどんなにおいがしましたか。
あなたにとって、いい一日とはどんな一日ですか。
「ありがとう」という言葉を今日口にしましたか。

窓の向こう、道の向こうに、何が見えますか。
雨の滴をいっぱいためたクモの巣を見たことがありますか。
樫の木の下で、あるいは欅の木の下で、立ち止まったことがありますか。
街路樹の木の名前を知っていますか。
樹木を友人だと考えたことがありますか。

この前、川を見つめたのはいつでしたか。
砂の上に座ったのは、草の上に座ったのはいつでしたか。
「美しい」と、あなたがためらわず言えるものは何ですか。
好きな花を七つ、挙げられますか。
あなたにとって「わたしたち」というのは、だれですか。

夜明け前に鳴き交わす鳥の声を聴いたことがありますか。
ゆっくりと暮れていく西の空に祈ったことがありますか。
何歳の時の自分が好きですか。
上手に年を取ることができると思いますか。
世界という言葉で、まず思い描く風景はどんな風景ですか。

今あなたがいる場所で、耳を澄ますと、何が聞こえますか。
沈黙はどんな音がしますか。
じっと目をつぶる。すると何が見えてきますか。
問いと答えと、今あなたにとって必要なのはどっちですか。
これだけはしないと心に決めていることがありますか。

いちばんしたいことは何ですか。
人生の材料は何だと思いますか。
あなたにとって、あるいはあなたの知らない人びと、
あなたを知らない人びとにとって、
幸福って何だと思いますか。

時代は言葉をないがしろにしている。
あなたは言葉を信じていますか。

- 長田弘, 詩集 <最初の質問> より

*출처 : 시인 류시화님의 페이스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