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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키신
2017. 2. 6. 18:36 時쓰는 詩人의 始

코는
가장 예민하면서도 둔감한 것
강렬한 자극에 금새 놀라면서도
이내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쉽사리 무지해지고 역겨움과 메스꺼움,
각종 쓰레기들과 거리의 소음들에
지쳐 병들어간다 이따금씩 전해지는
향기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 채
파묻혀버리고 다급해진 코는 아주 조금씩
파멸되가는데 그때쯤 어디선가 들려오는
달콤한 속삭임
좋다!
너에게 기가막힌 처방을 내려주지
각종 교태를 뽐내는 여인들과
알코올처럼 자연스레 젖어드는 공기같은
물방울들
자, 마셔라! 잊을 수 있으리


그것들은 모두 일시적인 모르핀일 뿐!
점점 더 강력한 양이 투입되지 않으면
이내 고통을 호소하고 말지니
죽어가는 인간의 코는
벗어나라!
어서 빨리 악마같은 천사의 속삭임으로부터...
애타게 호소해보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이엔 장난치기 좋아하는 고약한 악마가 있어
다급한 목소리를 차단시키네

모순된 가련한 이여
자연과 멀어져가면서도
자연스러움을 쫓는 이 현실은
마치 고통이 뒤따름을 잘 알면서도
즐거움을 추구하고야 마는
가장 예민하면서도 또한 가장 둔감한
그대는 결국
생명을 잃을지라도
순간을 취하고야 말 것인가

'16.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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