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기새의 비상(飛上)>

Posted by 히키신
2017. 2. 25. 03:24 時쓰는 詩人의 始

아기새 하나가 날개가 꺾인채 엎어져 헐떡이고 있다. 사실 그는 태어나서부터 단 한번도 날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새는 본디 날아다님이 당연하므로 날아가고픈 마음마저 꺾이진 않았다. 그렇지만 너는 결단코 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라는 듯 저항은 결국 부질없는 짓이라는 듯 무언의 압박과 고통은 끊임없이 새를 옭아맨다. 새끼를 지켜보고 있는 어미새는 마른 눈물을 흘리고 비가 되어 나린다 마치 세상이 모두 잠길 것만 같이 거세게. 이대로라면 해는 언제까지나 뜨지 않을 것만 같이.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니. 등이 자꾸만 가려워 미칠 것만 같아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어미새는 제새끼의 고통이 모두 다 제 탓 같아 더이상 찢길 데도 없이 남루한 가슴을 겨우 움켜쥐고 연신 아기새를 핥아 대다 먹이를 구하러 가야할 지 곁에서 지켜줘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제자리에서 푸드덕대고 곁에서 지켜보는 다른 새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무관심하다. 헐떡이는 것은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게 당연하다는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새가 날고자 하는 의지 또한 당연한 일이다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 시간처럼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 아기새의 의지는 점차 꺾이어간다 새는 무릇 날아다님이 당연한 일이지만 도대체 이유를 납득할 수 없이 자신만 날지 못하는 한마리의 아기새가 헐떡이며 식물처럼 그러나 우리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역동으로 생을 움켜쥐고 있다 이것만큼은 결단코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 2016. 07.

'時쓰는 詩人의 始'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낭>   (0) 2017.02.25
<물의 운명>  (0) 2017.02.25
나의 대학 시절  (0) 2017.02.06
<잠깐 멈춤>  (0) 2017.02.06
<고통의 끝에 다가가는 길>  (0) 2017.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