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의 개미
영화 올드보이의 초반부에 주인공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가 15년간 감금되있던 옥중씬에 나오는 개미. 이 개미는 분사된 가스에 취한 오대수의 환상 속에서 온몸을 뒤덮는다. 간혹 외롭고 고립된 사람들이 개미를 본다고 한다. 개미는 단체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유사 이래 최고의 더위라 하고, 그 더위에 13년을 함께한 우리집 강아지 시마도 숨쉬기를 그쳤다. 그리고 얼마 뒤, 개미들이 그자리를 차지했다. 나는 개미가 끓는 원인을 없애려 분리수거한 쓰레기봉투들을 자꾸만 집밖으로 냈지만, 부모님께선 도로 쓰레기를 집안 제자리에 놔두곤 하셨다. 이에 계속 개미에 대해 투덜거린 날 보고 어느날 아버지께선 개미를 박멸하는 약을 뿌리고 트랩을 설치해두셨다. 그 후 개미떼가 들끓던 거실 마루엔 더이상 개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내 방 벽에 유유히 개미가 지나간다.
남에게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세치 혀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 그리고 긴 시간 슬픔속에서 신음하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올드보이의 인물들. 잔인한 복수심으로 삶을 지탱해왔지만 그 복수가 끝나고 난 뒤엔 한꺼번에 슬픔이 덮쳐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는 비극.
영화는 픽션이지만 삶은 논픽션이다. 그러나 픽션은 논픽션으로부터 시작된다.
극중 인상깊은 명대사가 많지만, 아직까지도 내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는 말이 있다.
‘웃어라, 온 세상이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되리라.’
시궁창같은 현실을 살아가게 지탱해주는 것이 피의 복수라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낳는 복수보다는 차라리 해탈, 그리고 용서의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이 진정 웃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아는 것과 직접 걷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나는 그 길에 아직 다다르지 않았다.
- ‘18. 8월의 어느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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