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 -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한대수,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아침이슬, 2005
나는 숨쉬기를 즐긴다. 숨을 쉬는 것은 인생을 음미하는 것이다. 나는 벌써 몇몇 친구를 잃었다. 병으로, 알코올로, 실연의 상처로.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인생은 부서지기 쉬운 것이므로.
사람은 미니멀리스트로 살 수 있다. 간단하게 먹고 최소한의 공간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주 간소하게 산다.
음악을 직접 만들어야 아티스트일 수 있다. 목소리 하나로도 감명을 줄 순 있지만, 자기 세계를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뮤지션은 그날 기분에 따라서 이 노래 저 노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Lack of communication
Creates suspicion;
Leading to tragedy
대화가 없으면
의심이 생겨난다
이것이 비극을 낳는다
Naturalism
1 Obey nature
2 Minimize technology
3 Maximize self-education
4 No marriage/no divorce
5 Look at the stars
6 Die at home
자연주의
하나, 자연에 복종할 것
둘, 테크놀로지를 최소화할 것
셋, 자기교육을 최대화할 것
넷, 결혼하지 말 것/이혼하지 말 것
다섯, 별을 바라볼 것
여섯, 집에서 죽을 것
Life's a mirage 인생은 신기루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항상 고통 속에 있다. 삶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비극적인 종말을 향해 끝없이 걸어가는 것이다. 아무도 삶의 끝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종교도, 철학도 답을 주진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 자신과 이웃들에게 더욱 더 깊은 고통을 주도록 강요하는 삶이라는 이름의 틀에 갇혀 있다.
삶이란 진실로 아이러니하고, 나 자신 또한 아이러니이다. 나는 몹시 외롭다.
코드 세 개와 기타 한 대,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에 대해 확신만 있으면 된다. 물론 마지막 것이 가장 어렵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곡은 대개 세 개나 네 개의 코드로 되어 있다.
-p71
Does God, who is perfect love, allow
This imperfection in our lives?
The soul must suffer first to know
The perfect bliss of paradise
Harsh is the law, but to obey
Is for weak mortals the only way
To eternal peace
완전한 사랑의 하나님
저희 삶이 이토록 불완전함을 두고 보시렵니까?
천국의 완전한 행복을 알려면
영혼은 반드시 고통부터 경험해야 합니다
법은 가혹하지만 복종은
약한 인간들이 영원한 평화로 가는
단 하나의 길입니다
-p103
두 사람은 음악 언어가 서로 달랐고 서로 부딪치는 때도 있었다. 나는 문제를 눈치채자마자 두 사람을 붙들고 말했다. “우린 함께해야 해.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지. 에고는 던져버려야 한다구. 여기선 누구도 스타가 아니야. 나도 아니야.” 잠깐 말다툼이 오갔지만, 사운드는 가까스로 조화를 찾았다.
-p196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포크 음악이 10대 힙합 음악의 강렬한 리듬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언더그라운드의 암흑에 빠져버렸다. 이것을 다시 살리려고 중년의 음악 관계자들이 애를 쓰고 있었다. 나는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음악 장르는 ‘햇빛을 보는 때’가 있다. 이것은 억지로 만들 수가 없다. 10대 음악이 ‘화폐’의 대상이 되어 모든 음반사, 방송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때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10대, 20대세대가 중요해진 것이고, 다시 말해서 나라가 부유해졌다는 의미이다. 젊은 세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나라는 없다. 선진국인 독일이나 일본은 특별히 어린이를 위한 공원, 공공시설, 박물관 들이 가는 곳마다 있다.
포크 음악도 1960, 70년대에는 10대, 20대 음악이었다. 문제는 현재 우리 젊은이들이 ‘음악의 반찬’을 골고루 먹지 못해서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항상 동료 음악인들을 만나면 10대들이 재즈나 록이나 포크 무대에 오기를 기대하지 마라, 오지도 않는다, 그러니 10대가 있는 무대를 찾아가라고 한다. HOT옆에서 <행복의 나라>를 불러도 괜찮다. 베이비복스 옆에서 <아침 이슬>을 불러도 괜찮다. 자꾸 들으면 좋아질 가능성은 아주 많다. 미국에서는 톰 존스나 숀 코너리가 나보다도 몇 살 더 많지만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나이 먹은 자신을 젊은이들의 무대에 자신 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톰 존스의 공연이 끝나면 무대에 여자 속옷이 수백 장이나 흩어져 있다. 할아버지 톰 존스가 기뻐 아니할 수 없다.
-p217~218
O wild West Wind, thou breath of Autumn’s being,
Thou, from whose unseen presence the leaves dead
Are driven, like ghosts from an enchanter fleeing,
Yellow, and black, and pale, and hectic red,
Pestilence-stricken multitudes: O thou,
Who chariotest to their dark wintry bed
The winged seeds, where they lie cold and low,
Each like a corpse within it’s grave, until
Thine azure sister of the Spring shall blow
Her clarion o’er dreaming earth, and fill
(Driving sweet buds like flocks to feed in air)
With living hues and odours plain and hill:
Wild Spirit, which art moving everywhere;
Destroyer and preserver; hear, oh hear! <Ode to the Western Wind>. 페시 비시 셸리.
오, 세찬 서풍이여, 너, 가을의 숨결이여,
마법사 앞에 유령이 달아나듯 보이지 않는
네 앞에서 쫓겨 휘날리는구나, 죽은 잎사귀들이
누렇고 검고 열 오른 듯 붉은,
역병 걸린 무리가 오, 너는
날개 돋친 씨앗들을 어두운 지하의 겨울 잠자리로
몰고 가니, 무덤 속의 시체처럼
씨앗들 저마다 싸늘하게 지하에 묻혀 있으나 마침내
네 누이, 파란 봄바람은
꿈꾸는 대지 위에 나팔을 불어대어
(양떼처럼 향기로운 꽃봉오리 대기 속에 몰아 기르고)
들과 산을 생동하는 색깔과 향내로 채우게 되리
너, 움직이지 않는 곳이 없는 세찬 영기(靈氣)여,
파괴하면서 보존하는 자여, 들으라, 오, 들으라! <서풍에 바치는 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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