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Beat, 1997)

Posted by 히키신
2014. 8. 16. 17:55 Film 한 조각


방황하는 청춘들의 짧지만 영원한 추억


이 유명한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보고 나니 왜 그렇게 그 시절에 신드롬을 일으켰었고, 정우성 하면 아직까지도 '비트'가 따라다니는지 알 것 같다.


영화 내내 흐르는 끈적한 기타 소리 와 헤비메탈 톤의 음악이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진다.


수없이 등장하는 술과 담배들, 거친 폭력씬들...


게다가, 정우성이 유일하게 행복함을 느꼈던 바이크를 타고 바람을 맞는 순간까지!

(영화 보며 담배 참 여러대 태웠다ㅋㅋ 당장이라도 오토바이 타고 어디든지 나가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지만, 내 오토바이는 정우성이 타고다니는 저런 멋진 오토바이가 아니라...ㅠ)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실제로 따라하다간 그대로 황천길로 갈 지도?!

(그렇지만 어둔 밤 차 하나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 밤바람을 맞으며 달릴때의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암!)

'비트'에서 정우성이 타고다녀 더 유명해진 혼다의 CBR-600. 우리나라 도로사정에 가장 알맞는 바이크라고 지금도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바이크이다.




2014년 지금에서 봐도 충분히 공감대가 흐르고 느껴진다. 

지난 몇 년간 알 수 없는 반항심과 목적없는 '자유'를 찾아 보겠다고 방황해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도 방황하고 있기 때문일까?





영화 속 태수(유오성)는 자기가 위기에 처했음에도 단 하나뿐인 친구 민(정우성)이 로미(고소영)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내버려둔채 떠난다. 미소를 띄며...



과연 나는 태수와 같은 친구가 있을까? 


아니, 내가 누군가에게 태수와 같은 친구가 되줄 수 있을까?


아니면 민과 같은 친구는 되줄 수 있을까?


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 되는 그것이 무너져 내릴때는 나도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 





이건 아니지 않나 하면서도 뭔가 알 수 없는 운명에 이끌려가듯 끌려가는 민과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악이며, 바이크며, 술, 담배, 폭력(사촌형님들 생각도 나고 아버지 생각도 나고...)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공감이 많이 된다.


(영화 속에서 민은 비틀즈를 좋아한다. 나 역시도...!)


그렇지만 현실에서 내가 저렇게 된다는 것은 글쎄...


스스로에게 물어보아도 답을 내리진 못하겠다. 


과연 옳은 것일지, 괜찮을런지...



로미는 친구가 성적이 떨어져 자살한 후 정신병원에 입원해있다 퇴원하고서는 민을 만나 뉴욕에 1년간 있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후, 미국식 클럽에 가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영화 내내 고소영의 발음(이 시절까지 지속되왔던 연기자들의 교과서 낭독톤)이 나를 감상에 젖다 깨게끔 만들었지만,


로미 또한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왜냐하면, 내 친구들 중에도 꼭 로미를 연상시키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친구는 로미처럼 방황하지는 않았지만...


아니 언제든지 로미처럼 방황할 지도 모르겠다. 


늘 지 하고픈대로 하고 산다고 날 부러워하고 그렇게 자기도 지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곤 했었으니...

(사람은 늘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기 마련이다. 난 그 친구가 너무 부러웠는데...부유한 가정에 미국 유학까지...)





"오빠는 꿈이 뭐야?"  


"글쎄...난 잘 모르겠어." 






아!


방황하는 청년들이라면 대부분이 공감하지 않을까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른들이 얘기하시는 '공부열심히 해서 좋은대학가야한다. 우리나라에서 남들보다 잘 살려면 그 길이 제일이다' 


는 식의 얘기가 그냥 싫었다. 


특히, 고등학교때 아버지의 장사가 망하시게 된 후로부터 그러한 내 기질이 마음 속 깊이 박혀버린 것 같다.


내 멋데로, 그야말로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조금 참고 남들이 부러워 할 수 있는 성공을 해서 우리 가족들을 조금이라도 돈 걱정없이 편히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상충하고 있다.


그것은 서로 다르지 않다고 법륜스님께서 얘기해주셨었는데 


조금이라도 내가 싫은 걸 하기 싫은 편협한 마음이 가슴 속에 있기 때문인지. 


하...글을 쓰다 보니 하염없이 상념에 빠져드네. 그리고 너무나도 우울해진다...


...이쯤 해야 겠다.


어찌됬건, '비트'는 방황하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아주 좋은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P.S. 영화 속 환규(임창정)또한 인상 깊다. 임창정은 확실히 이런 까부는 연기엔 발군의 실력이 있는 듯?!

그 유명한 전설의 17:1 이 나오는...ㅋㅋㅋ



P.S. 아, 영화 전반에 흐르는 끈적한 기타 연주곡은 아무리 찾아봐도 음원을 찾을 수 없어, 

그 다음으로 인상깊은 임창정의 슬픈연가를 같이 링크한다. 

사실, 비트를 보기전에 임창정의 이 노래를 먼저 들었었다. 






내 길고 긴 방황의 끝이 언제일지, 어디일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에서 좀 편안해졌을때 쯤


다시 이 영화를 보면 느껴지는 감상이 다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