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Han Gong-ju, 2013)

Posted by 히키신
2014. 12. 26. 23:53 Film 한 조각


상처받은 영혼을 품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씁슬한 현실.  


진작에 영화관에 가서 보고 싶었지만


자꾸 시간이 어긋나는 바람에 보지 못했다가 


드디어 얼마전에서야 보게 되었다.


왜 이렇게 반향을 일으켰는지 알 것 같았다.



---------------------------------------------------------------------------------------------------------


과연 이 영화를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판정하는 게 맞는 것일까? 오히려 사춘기 청소년들, 특히 영화에 나오는 저런 무리들에게 꼭 보여줘야 될 영화가 아닐까?




물론 나도 고등학생 때, 20살적에 저렇게 술판벌린 적이 있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이 장면은 왜그리도 거북하고 더럽게 보이는지...




내 생각에 이수진 감독은 아주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인 것 같다. 


영화 '한공주' 는 


상처받은 주인공이 도망쳐보려도 하고 새로이 힘을 내어 살아가보려고도 하지만


이를 차갑게 냉대하는 현실을 아주 디테일한 부분들을 잘 살려 보여준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탁탁 거리며 고장나있는 선풍기는 주인공 공주(천우희)가 강간당할때의 장면(소리)을 연상시키며 


선풍기와 더불어 고장난 형광등과 같은 요소들은 상처 받은 (고장나버린) 공주와 대비된다.


그러나 영화는 비단 강간 당한 한 주인공의 이야기만 다루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중간에 어렵게 용기내어 병원을 찾은 공주에게 간호사는 여선생님이 있다고 했지만 


곧이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남자 산부인과 의사. 


이는 소외계층 즉 상처받은 이들에게 겉으론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척하나


실은 그들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전혀 알지도, 알 의지도 없는 듯한 무관심한 지도계층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를 감상하다 순간 공주의 선생님 엄마가 영화 중반부에 한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마치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하시는 말씀인 것처럼.

 

"나같은 어른들이 왜 자기집 살려고 그렇게 발버둥치는줄 아니? 집없이 떠돌아다니는게 불안해서 그러는거야..."

 


공주의 선생이 본인의 엄마가 새로 연애하는 남자(경찰서장)에게 내던지는 말 (그나이에도 그런걸[사랑]느껴요?) 


또한 세대 간 전혀 소통되지 않고 있는 현실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외에도 친구 은희(정인선)를 피해 도망가려는 공주가 테니스장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거기 길없으니 여기로 나오라고 하는 장면이나


수영장 벽 안에 갇혀있는 장면이라던지 

 

반 친구들이 찍어주는 사진이나 동영상, 인터넷 까페, 녹음 등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공주의 모습은


더이상 나를 가두고 간섭하지 말고 이대로 내버려 둬 달라고 절규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어디로 도망가도 탈출구가 없음에 절망한 공주는 결단을 내린다. 그러나 공주는 자신을 괴롭히는 현실의 모든 것들을 내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P.S.

영화를 보다 나의 새로운 이상형을 발견했다! 극중에서 공주를 위로해주려 노력하는 착한 친구 은희 역할을 맡은 배우 정인선. 

앞으로 그녀의 활약을 기대하며...!




예...쁘다...


 

'Film 한 조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시> 의 한 대목  (0) 2019.03.05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1)  (0) 2017.03.16
세기말 (Fin De Siecle, 1999)  (0) 2014.12.26
아나키스트 (Anarchists, 2000)  (0) 2014.12.26
비트 (Beat, 1997)  (2) 2014.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