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대하여
대학 시절 레포트를 대신하여 제출한 졸작의 시.
아마 이즈음에 에머슨과 소로 등의 책을 읽고 감명받았던 듯하다.
나는 과연 지금 '순수'를 간직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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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하여>
푸른 하늘가 맞닿은 드넓은 바다를 바라볼 때
지저귀는 새소리에 흐르는 밥내음을 느낄 때
지나간 과거를 추억하고
오지 않을 미래를 꿈꿀 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친구와 함께 있을 때
고독 속에 침잠해 들어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만선의 기쁨을 안고 항구에 돛을 내리는
어부를 바라볼 때
뜨거운 태양 아래 벽돌을 나르는
인부들의 땀방울과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그 누구보다 멋진 공연을 펼치는
아마추어 뮤지션의 음률 속에서
시장의 왁자지껄한 활기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설렘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의
마음 속에서
자신을 모두 내맡긴 채
새끼에게 젖을 주는 어미 고양이와
이 모두가 있게 해주는
공기와 물
초록빛깔의 풀들…
우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 모든 곳에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ㅡ 우리가 쓴 색안경을 벗기만 한다면.
자연(自然)의 경이!
세상에 태어나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아이와 같은 순수로
대지의 따뜻함과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향기를
느껴보라
하루 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生)의 의지(意志)
그 모든 곳에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ㅡ 우리가 스스로 뒤집어쓴 허울을 내던지기만 한다면.
순간 속에 영원이 있고
영원 속에 순간이 있으니
매순간 우연의 연속에 놀라며
그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안다면
자신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임에도
자신이 아름다운 줄 모르는
그대는 곧 순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