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Posted by 히키신
2017. 3. 20. 23:07 時쓰는 詩人의 始

차를 마시는 순간의 정적과 고요
그것은 행복도 불행도 관여치 않는
지극한 무의 순간이다...그런 적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가만히 숨 고르면서
심장소리와 숨 소리
향기와 물 끓는 소리 음악 소리
모든 조용한 소리를 느끼며
침묵의 춤을 춘다 사람은
때때로 죽은 듯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쓸데없는 것들은 다 내려놓고
오로지 내 코와 입에 쓸만한
조용한 부드러움을 넣어주고
어떤 사람이든지 잠시도
숨 쉬지 않고 목 축이지 않고
살 수 없는 것은 상식이니
귀부인이건 길 가는 나그네건
산 속에서 잠시 출타한 승려건
잘 났건 못 났건 개의치 않고서
모두에게 열려있는 세상천지에
이렇게도 공평무사한 이 곳은
삶 속에 미리 마련된
죽음의 달콤한 자리
걸어가는 이들의 길 한켠에 선
무명의 안내자

- '17. 0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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