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05. 16.
무심코 눈에 띈 책을 짚어들고 읽어나가다 불현듯 자신이 처한 상황에 꼭 들어맞는 글귀에 묘한 쾌감이 들 때가 있다.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을 읽으며 피식피식 웃다 감동받은 게 불과 며칠 전인데, 지금은 김수영의 산문 전집을 읽으며 감탄하고 있다. 임어당의 유쾌함과 자유로움, 김수영의 고독과 냉소는 모두 내 속에 들어있는 나의 일면이다. 그러나 어쨌건 아직까지도 나는 스스로 온전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누구의 흉내만 내고 있는 돌팔이 철부지인 게 분명하다! 혹시라도 이런 내 정체를 제대로 간파하는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나는 정말로 반기며 그를 부둥켜 안고 밤새 술잔을 나누고 싶다.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수많은 얘기를 즐거이 나눌 수 있으리라. 금새 진실된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
- '17. 0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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