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21~26] 제주도 여행 둘째날, 행복함과 고통스러움의 반복
간밤에 밤새 모기때매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억지로라도 조금 더 잠을 청해보려 했으나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대로 씻고 나와버렸다.
아침 6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길거리에 보이는 어느 백반집에서 된장찌게를 하나 시켜 먹었다.
바이크 렌트가 오후 2시이니 그 전에 샵 근처로 가서 시간을 떼워야겠다고 생각하고
렌트 샵이 위치한 동문시장을 향하는 버스에 올라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일어나보니 이미 몇 정거장 지난게 아닌가!
퍼뜩 일어나 그대로 내렸으나 걸어서 동문시장까진 꽤나 걸릴 듯했다.
그래서...
가다가 발견한 영화관에서 영화나 한편 보자 싶어 그대로 영화관으로 턴!
담담한 어조의 스릴러물. 지극히 한국적인, 그리고 훈훈한 결말까지.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괜찮더라'
기분좋게 영화를 보고 나오니
마침 바이크샵에서 전화가 와서 얼른 센터로 향했다.
어제 설명들었던 이런 저런 유의사항을 전해 듣고 기분좋게 바이크를 끌고 나왔다.
(이번엔 비본이어서 손쉽게 몰 수 있었다!)
신나게 바이크를 타고 도착한 곳은...
바다! 제주에 도착한 지 이틀만에 본 바다였다.(용두암)
용두암에서 애월로 향하는 길. 제주를 주제로 다룬 과제를 할때 얼핏 본 장면인 것 같기도하고, 여하튼 아름다웠다.
막 찍어도 아이폰 화질 괜찮구만! (요새 그래서 6는 아에 사진기능 하나만 두고 광고를 해대더군)
'아, 날씨가 화창했더라면 정말 기가막혔을텐데...!아쉽다...!'
그러나 어제에 비하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기에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이 해안도로를 질주했다.
그리고 곧이어 도착한 협재해수욕장.
에메랄드 빛 바닷빛이 아름답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해수욕장 옆에서 낚시대를 던지는 미래의 강태공(?) 꼬마아이.
여기까지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고 '흐린 날씨여도 이정도면 충분해!' 라고 자위하며
신나게 해안도로를 질주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다음부터였다.
서귀포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굵게 떨어지는 빗방울에 얼굴은 미친듯이 따가웠고 몸은 점점 추워져만 갔다.
이대로 가다간 감기걸리겠다 싶어 잠시 쉬어가자 판단하고, 비를 피할곳을 찾았다.
송악산에 다다를 무렵 몸에 한기가 들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근처에 있는 정자로 몸을 피했다.
그러니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기 시작했다.
평범한 시골길이지만 나는 여기서 다시금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궂은 날씨 탓에 무리하지 말자고 판단하고 얼른 전날 미리 예약해둔(어제의 쓴 경험을 토대로)
서귀포 내에서도 아주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아일랜드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조용하고 아담한 게스트하우스엔 말레이시아 주인장 아이링이 날 친절히 맞이해주었다.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이색적으로 인테리어되어있었고, 그 무엇보다도 '따뜻했다'.
미처 사진을 찍을 생각도 않고 있다 다음날 떠나게 된 바람에 밑의 게스트하우스 내부 사진은 아이링에게 따로 요청하여 메일로 받은 사진들이다.
거실모습. 아이링은 큰 개 두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그 두마리 이름이 뭐였더라...(젠장! 이래서 여행일기는 나중에 쓸게 아니라 바로바로 써야되는데!)
바. 아이링이 직접 만들어주는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다. 다양한 책들과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은 그야말로 '휴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거실. 이색적인 인테리어. 나중에 원룸 꾸미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나도 꼭 나만의 스타일로 내 집을 꾸미고 싶다.
8인실. 내가 묵었던 도미토리. 내가 묵은 날엔 손님이 없었어서 나 혼자 이방을 다 썼다!
4인실. 이 방에 독일에서 거주하는 젊은 신혼 부부가 거주했었다. 늦은 저녘 사장님과 부부는 도란도란 사는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아침에 제공되는 아이링이 직접 만든 식빵. 난 다음날 너무 숙면을 취한 탓인지 거의 정오가 다되서 눈을 떴으므로 일어나자마자 대략 씻고 바로 가게되어 먹어보진 못했다.
주인장이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한국인 수준으로 한국어를 잘하기에 하도 궁금해서 여쭤보니
한국에 정착한지 6년째라고 하였다. 한 얼만큼 지내고 나니 적응이 되고 지낼만해졌냐고 다시 물어보니
거의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적응되더라며, 큰 불편함은 없다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여기저기 많이 여행해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이곳 제주도에서 정착해 지내는게 생각보다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한 후, 완전히 회복된 나는 허기가 져서 밥을 먹으러 나갔다.
(주인장이 추천해준 돈까스탕수를 먹으러 갔으나, 사실 주인장이 때마침 준비하고 있던 저녘상이 내 코를 찔러 참기 힘든 식욕을 불러일으켰다.
연어를 굽고 있는 중이었다. 한국에선 비싸서 자주는 못먹는다며.)
아이링이 추천해준 흑돼지돈까스누룽지탕수. 맛있었으나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서였는지, 완전히 한 그릇을 뚝딱 비우지 못하고 조금 남기고 나와버렸다.(신선식당)
밥을 먹고 나오니 시간도 조금 남았고 날도 아까보다 더 많이 개인 듯해 미처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송악산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스로틀을 감았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겠군)
멀리 희미하게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가 보인다.
사진에서는 찍히지 않았지만 어느 아버지가 딸과 함께 RC(모형헬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훈훈한 풍경이었다. 밑에 드라마 대장금 촬영지도 보인다.
조금만 날씨가 좋았더라면, 시간이 조금만 더 일렀더라면 저 송악산 언덕 끝까지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다. 아쉬움을 뒤로 남긴 채.
P.S. 여행 기간 도중 휴대폰이 침수되고 그 이후엔 하계 인턴 근무를 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아이링에게 진작 받은 내부 사진을 이제야 업데이트 하게 되었다.
사진 늦게 올려서 미안해요 사장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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