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함과 궁상스러움, 그 속에 담겨있는 유머!
비참한 현실에서도 웃을 일들은 많다!
최규석 작가의 '송곳'을 보고 너무나도 매료되어 작가가 쓴 다른 책들을 찾아보다 읽어보게 된 '습지생태보고서'
닮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닮아 버릴 지도 모를 모습들과,
전혀 재밌지 않은 농담과, 연민인지 경멸인지 모를 감정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타인의 슬픔을 피해 달아나는 빠른 발걸음이 있다.
...완전 내 얘기잖아?!!
마치 우리 형이 나에게 하소연했던 내용과 너무도 똑같아서 한 번 놀랬고,
뒤이어 녹용이가 내뱉는 말에 한번 더 명치를 세게 맞은 것처럼 띵 했다.
바로 저렇게 될 까봐 두려워서 나는 그 더러움 속에 섞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비록 지금의 나는 그저 그런 놈들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나중에는 여타 사람들과는 다른 유형의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되먹지 못한 생각이나 하면서...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끼리 우리 스스로 터득해 주도라고는 없이 그냥 퍼부어 마시던 시절,
나와 내 친구들은 술만 취하면 가난 배틀을 하곤 했다.
아니지...친구들이라 아니라 나 혼자...
어느 순간부터는 '부질없는 소릴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어
그 후로부턴 집 얘기는 어디서 잘 꺼내지 않는 편이지만,
20살적까지 술만 취하면 그렇게 많이 얘기하고 다녔던지
내 주변 친한 친구들은 이젠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포스팅을 하려다 잠시 검색해 보니 최규석 작가가 인터뷰 한 내용에 또한 공감가는 바가 있어 옮겨 적어 본다.
(출처는 밑의 인터뷰 당시 사진 자료 밑에 남겨뒀습니다. 허락없이 퍼날라서 죄송합니다 (--)(__)(--)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부잣집 딸과 연애하는 ‘최군’의 이야기. 그녀를 만나러 갈 때는 자아가 분리되어 보통인, 돌아올 때는 습지인으로 변하죠. 귀가할 때 아버지를 생각하며 죄책감을 가져요. ‘아버지는 4만원으로 한 달을 사시는데’라면서 연애라는 행위를 죄짓는 것과 동일시하죠. 작가의 경험일까요? <습지>의 모범생 ‘최군’, 작가님의 페르소나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죠. 정확히 말하자면 실제의 경험을 극화한 것은 아니라 감정을 극화했죠. 저도 20대에 연애를 하지 않았겠어요. 없이 자랐던 사람은 연애를 할 때 일상적인 씀씀이가 올라가요. 고생하는 부모님이 아끼려고 아등바등하는 액수의 돈을 밥값과 커피 값으로 내게 되는데 그 모습을 떠올리면 죄책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러나 최규석 작가는 시종일관 진지한 사람은 '절대'아니다. 그는 정말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가슴 아린 청춘의 기억’ 덕분에 공간이 생겼잖아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나의 불행을 팔아 부자가 되었다! 이거 참 훌륭한 삶이다! 물론 자신의 행복을 팔아 부자가 되는 것보다야 안 좋겠지만 말이죠.” (웃음)
출처 : 〈습지생태보고서〉 최규석 만화가의 〈현주의 책〉 인터뷰 장면. 영상화면 갈무리. 조소영 피디
힘이 빠지지만 “그래도 일단 웃어라”
어정쩡한 상태를 견딜 수 있는 힘 유머!! -주인공들의 나이를 계산해보니까 지금 제 나이 대 친구들 이야기인데, 공감하는 점이 있어서인지 읽다 보면 힘이 빠지더라고요. 그 안에서도 유머를 유지하는 힘이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보고 나면 힘이 빠진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그래도 그 점을 포기할 수 없어요. (웃음) 그렇다고 제가 느끼는 점을 다르게 표현할 수도 없으니까요. 힘이 빠진 상태를 견딜 수 있는 방법은 ‘유머’밖에 없죠. 굉장히 어정쩡하고 복잡하고 어찌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한 극단에 휩쓸리지 않고 견디기 위해서는 유머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어정쩡한 상태를 견딜 수 있거든요. 저는 ‘유머’가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 단편 ‘그렇겠지’도 기억에 남는데요. ‘자기 안에 수많은 모순과 세상의 두려움을 한가득 품고도 영문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기분 좋은 외침은 단지 어리석음 때문만은 아니겠지’ 라고 하셨는데. 돌이켜보면 영문 모를 ‘기분 좋은 외침’은 과연 무엇이었을지?
“‘어리석음’ 그 자체에 있었다고 봐요. 사람은 어쨌든 자신이 살고 있는 순간을 넘어서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상황 자체가 자신에게 주는 기쁨을 느끼는 거죠. 그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어리석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옥 속에 있다고 해도 순간순간 느끼는 기쁨이 있다고 봐요. 그 기쁨에 즐겁게 반응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죠. 저는 대부분 그런 식으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안 좋고 가끔 좋고. 가끔 좋을 때 좋은 것을 충분히 그대로 받아들이며 한 단계 한 단계 넘어오지 않았던가 생각을 합니다. 오히려 20대 때, 상당히 힘든 그 시기에 그런 감정을 자주 느낀 것 같아요.”
여전히 <습지>가 팔리는 이유?
“핸드폰 기종 바뀌듯 그렇게 바뀌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
-20대, 돌아보면 한창 어려움을 겪을 때 몰입해 그린 책이 <습지생태보고서>인데요. 7년이란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여전히 팔린다는 말은 그때와 지금이 변한 게 없단 말 인 것인지.
“사회가 그렇게 빨리 변하겠습니까? (웃음) 세상이 7년 사이에 휙휙 바뀌진 않아요. 핸드폰 기종만 바뀔 뿐이지. 앞으로 10년 또 같은 상황일 수도 있어요. 크게 무언가 변하지 않는다면 20대들이 놓인 상황이 변할 이유가 없죠. 그 7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일이 별로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한국 경제구조가 갑자기 바뀐다든가, 법이 뒤집힌다든가, 하다못해 최저임금이 두 배로 오른다든가. 그런 일은 없었잖아요.”
-> 너무나도 공감한다. 학교에서나 매스컴에서나 대한민국이 GDP가 10위권에 진입했다느니,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느니 못오르느니 떠들어댄다. 하지만...아직까지도 내가 보기엔 내가 보는 일상 속에서는 20년전이나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꼭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이 보이고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기에 17년전 영화인 '비트'를 지금 봐도 충분히 공감이 되는 것이 아닐런지...
“저는 그렇게 사는 사람을 그리는 사람,
그래도 고쳐야 한다는 것은 알아요”
- 요즘 청춘들에게도 ‘방 한 칸’ 갖는 것이 참 힘든 것 같아요. 왜 이럴까요.
“취직하기 힘들고 집세가 올랐기 때문이죠. 돈은 없는데 모든 게 비싸졌으니까. 근데 이 책을 아마 습지에 계신 분들이 사 보진 않을 거에요. 돈도 없는데 만화책을 위해 돈을 쓸 리는 없잖아요. 왜 청춘들이 힘드냐고요. 그건 저한테 물어보면 안 되죠. (웃음) 저는 그렇게 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리는 것이 일이고. 그러나 고쳐야죠. 고쳐야 한다는 건 알아요.”
-> 순간 뜨끔! 사실 구입해 보고 싶었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작가님, 여유있을때 꼭 책 구입할게요!ㅠㅠ
인터뷰의 마지막 말에 다시 한번 크게 공감하게 된다.
- 오히려 20대가 가장 조심스러운 시기라고 말씀하시니까 와 닿는데요.
“예, 가장 예민한 시기라고 봅니다. 세상이 무언지 처음 알거든요. 대부분의 한국의 10대는 수능 하나 보고 달리잖아요. 수능을 넘어서야 진정한 사춘기가 오는 것 같아요.”
=> 그래서, 내가 20살들어 뒤늦게 사춘기가 온 건가?!!
- 2014년의 어느 날에...